[분석과 전망] 코로나19 이겨낼 성공DNA 있다

입력 2020-03-03 18:41   수정 2020-03-04 00:12

이은상 시인의 시 ‘고지가 바로 저긴데’는 절망적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준다. 이 시는 6·25 전란의 폐허에서 생존을 위해 허우적거리던 우리 국민들에게 다시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워져 시인이 말한 ‘고지’에 거의 도달한 것 같다. 아니 그보다 더 높은 고지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앞날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팽창사회’는 지나갔고 ‘수축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중 하나다. 사업 확장이나 투자를 삼가야 한다는 생각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하고 있어 부채가 늘어나면 자연적으로 소비는 줄게 된다. 생활이 어려워지니 이기주의와 각자도생이 일상화된다. 또 정치는 포퓰리즘으로 문제 해결능력을 상실했고, 국가 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마치 시대가 봄·여름을 지나 가을로 들어선다는 어느 종교집단의 주술적 예언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 더욱이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상은 더욱 침울해졌다. 모임을 자제하니 사람 간 접촉과 소통이 어려워져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곤경에 처했다. 우리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위축될 것 같다.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어려운 때도 많았다. 과거는 항상 팽창의 시대로, 무엇이든 시작하기만 하면 성공하는 시대는 아니었다. 그 많은 국가 가운데 동아시아 몇 개 나라만 성공한 것이 그 방증이다. 우리도 오일쇼크, 금융위기 등 여러 번의 위기를 거쳐 오늘의 번영을 이룩했다. 오늘날의 문제점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에게는 희망을 가질 근거가 많다. TV프로그램 ‘미스터 트롯’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재능이 있는 젊은이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야에 고수가 많다는 것은 등용할 수 있는 인재가 널려 있다는 증거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화의 본고장에서 최고상을 받고,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우리의 축구·야구선수가 최상의 리그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공정한 경쟁이 주어지는 곳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은 진정한 경쟁과 공정성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의 정시 확대 정책은 바람직한 것 같다. 주관적인 요소가 강한 수시제도는 이른바 ‘스펙’과 정실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양극화가 심해지고 빈부갈등이 첨예한 가운데서도 상속 시 대주주 할증세율을 인하했고, 가업상속공제 제도도 좀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게 고친 것은 우리 정치가 아직 합리성을 존중하고 있다는 증표다. 좀 더 과감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결정도 역대 정부가 하지 못했던 어려운 결정이었다. 최근 일본이 제소를 하며 견제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호사다마로 여기고 당초 결정대로 추진해야 한다. 원래 민간 기업을 공적자금을 통해 계속 공기업처럼 운영해서는 효율성이 오를 리 없다.

정책은 합리적인 쪽으로 가고 있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합리적인 제도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처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우리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간다면 수축사회로 전환될 리 없다. 과거는 어쩔 수 없더라도 앞날은 우리의 의지대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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