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항공, 영화관, 카지노 업체까지 극심한 자금난

입력 2020-03-04 11:16   수정 2020-05-06 00:02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항공업계부터 에너지 업체, 영화관 체인, 카지노 회사들까지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신용등급 강등 위험까지 높아지면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로 비즈니스가 마비된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억만장자 기업가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그룹 계열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홀딩스는 2024년 만기가 도래하는 4억25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가 지난 2일 역대 최저치인 85.2센트까지 떨어졌다. 지난주 초와 비교하면 12%가량 하락했다.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코로나19 사태로 올 하반기 예상 수익을 기존 7500만호주달러(약 590억원)에서 5000만호주달러(약 390억원)로 낮췄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해운업계는 글로벌 무역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운항 취소, 해운 운임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3위 해운 업체인 CMA CGM은 내년에 만기가 다가오는 1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 발행해야 하지만 중국 사업 차질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업체의 회사채는 가격 급락이 위험 수위까지 치닫고 있다. 체사피크 에너지의 2025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60센트까지 밀렸고, 휘팅 페트롤리엄이 발행한 회사채 가격은 38센트까지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석유업체가 경기 침체로 극심한 실적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관, 박물관 등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영화관 사업을 벌이고 있는 AMC엔터테인먼트는 지난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에 있는 47개 극장 중 22개 극장을 폐쇄했다. 애덤 애런 AMC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영화관 폐쇄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내 티켓 판매량이 4.4% 감소하는 등 영화관 관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박 중심지 마카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마카오에서는 지난달 카지노 41곳이 15일간 폐쇄되면서 카지노들의 수익이 급감했다. 블룸그버그인텔리전스는 "3월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MGM리조트 인터내셔널의 계열사인 MGM차이나의 그랜트 보위 CEO는 "경기 회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이 자금난에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매출 급감에 시달리는 기업들을 구제하기는 역부족"이라며 "국책은행과 국영기업들 역시 자금을 제공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건설 부문 외에도 금융 등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매출 하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열런던애셋매니지먼트의 아자르 후세인 글로벌 신용담당은 "지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여행업계와 신흥국 공급망에 차질을 일으켰던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이 선진국 시장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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