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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4조7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할 전망인 일본 최대 철강사 일본제철이 보유 중인 주식과 토지들을 대규모로 내다파는 작업을 가속화할 방침입니다. 올해 최소 1000억엔(약 1조1090억원)규모 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으로 확인됐습니다. 2018년 이후로 따지면 총 4000억엔(약 4조4229억원)의 자산을 팔아 시설투자 등의 자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올 1월부터 2021년 3월말까지 최소 1000억엔 규모 자산을 매각키로 했습니다. 매각 자산의 대부분은 주식이며 일부 토지 등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만약 주가가 상승한다면 수백억엔(약 수천억원)규모로 자산 매각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제철은 중기 재정계획이 시작된 2018년도에 1000억엔 규모 자산을 시장에 내다 팔았고, 2019년 4~12월에도 2000억엔 규모 자산을 매각한 바 있습니다. 올해 1000억엔 이상 자산을 추가로 팔 경우, 최근 3년여간 자산 매각 규모는 4000억엔을 훌쩍 넘게 됩니다. 이는 당초 3년간 3000억엔 규모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계획을 1000억엔 이상 웃도는 규모가 됩니다.
일본제철이 자산매각 규모를 키운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한몫했습니다.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재무상황 악화로 이어지는 부채에 의존해 자금을 마련하기 보다는 자산을 매각해 설비 개선(업데이트)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보수적’인 행보를 선택한 것입니다.
여기에 일본제철이 사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인 영업현금흐름(CF)이 예상을 밑돌고 있어 다른 수단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3년 전 마련된 중기 재정계획에선 영업CF를 3년간 2조엔, 연평균 7000억엔 정도로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제철의 영업CF는 4500억엔에 불과했습니다. 일본제철이 벌어들이는 현금이 예상을 크게 밑돈 것입니다. 올해도 경기후퇴에 원자재가 상승, 코로나19 충격파 등으로 현금으름이 지난해보다 크게 좋아지긴 힘들다는 전망입니다.
들어오는 돈은 적지만, 돈 나갈 곳은 적지 않은 제철산업의 특성도 자산매각 가속화에 한몫했습니다. 제철소 고로의 경우, 15~20년 주기로 내화벽돌을 갈아줘야 하는데 갱신비용만 수백억엔이 든다고 합니다. 이 같은 각종 설비투자비용에 추진 중인 수천억엔 규모 인수합병(M&A)자금 마련을 위해서도 현찰을 마련하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자산 매각에 따른 자금 확보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일본제철이 보유 중인 주식 종목은 2019년 3월 현재 345개로 2013년 3월 대비 30%나 줄었습니다. 앞으로 주식매각으로 인한 현금조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본업인 제철사업에서 돈을 버는 능력을 강화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만 업황악화와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경쟁 격화 등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세계 3위 철강사인 일본제철은 현재 제 살 깎기에 나서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일본제철의 절박한 승부수가 과연 효과를 볼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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