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후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던 이 대사는 코로나19 사태 후 미국과의 찰떡 궁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의회 등의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고 있지요.
워싱턴DC에 있는 주미한국대사관은 지난달 24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를 긴급 설치한 뒤 우리 정부의 조치 사항을 수시로 미국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 대한 미국의 입국 금지 조치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지요. 미국이 한국발 여행객 입국을 전면 봉쇄하면, 우리 경제는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미한국대사관이 세종시에서 매일 열리는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을 미국 측에 실시간 번역해 보내주는 배경입니다.
주미한국대사관 홈페이지를 보면 이 대사의 일정도 빼곡합니다. 2월28일 에이미 베라 미 하원의원 면담, 3월2일 주미 아세안 회원국 간담회, 3일 톰 코튼 상원의원 및 앤디 킴 하원의원 면담, 4일 토마스 수치 하원의원 면담 등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한 한국 등의 노력에 확신을 갖고 있다. 그들의 투명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을 돌보기 위한 지칠 줄 모르는 노력에 대해 감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역시 작년에 부임한 장하성 주중 대사와 묘하게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중국 내 여러 지방정부가 사전 예고도 없이 한국발 여행객을 격리 조치하고 있는데도 장 대사 모습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주중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장 대사는 최근 중국의 고위급 인사를 접촉한 내역이 없습니다. 주요 활동은 지난달 19일 인민일보 인터뷰 정도이지요.
장 대사는 또 한국 질병관리본부 등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발 여행객들의 입국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을 때 신중론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엔 “중국의 어려움은 한국의 어려움과 같다”는 영상을 띄웠지요. 장 대사는 영상 속에서 중국어로 “우한 힘내라, 중국 힘내라”고 외쳤습니다.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게 시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장 대사는 학자 출신으로, 외교 전문가는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평소 소신이던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부치다 경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대사는 ‘장관급’ 관료입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핵심이지요. ‘코로나19 비상사태’가 터진 뒤 미·중 대사 행보가 유난히 비교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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