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대반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경쟁력’ 등을 감안한 민주당 내 중도세력 결집의 결과였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 등 중도성향 후보들이 ‘슈퍼 화요일’ 직전에 잇따라 사퇴하고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선두를 달리던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반(反)샌더스 연대’가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6억달러를 광고비로 쏟아부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단 한 곳도 승리하지 못하자 경선 포기를 선언한 것은 ‘바이든 쏠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월가는 바이든 부활에 환호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 뉴욕증권시장의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폭등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전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는데도 3% 가까이 폭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의회의 코로나19 초당적 대응 등의 호재가 있었지만 부유세 도입, 학자금 탕감, 무상의료 등 급진적 공약을 내건 샌더스의 퇴조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월가 분석이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사회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거의 유일한 나라로 꼽힌다.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좀바르트가 일찍이 그의 논문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가 없는가’(1906)에서 내린 결론은 “개인 창의를 중시하는 미국은 (세습 귀족이 없어) 유럽보다 더 자유롭고 더 평등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런 미국에서도 빈부격차 심화,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 등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미국 사회 각계각층과 정치·사회 시스템은 미국과 세계의 풍요를 가져온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다. 경제를 모르고 선동에만 익숙한 좌파 지도자들이 나라를 거덜낸 ‘남미의 비극’ 등 세계 각지에서 끼친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 내 ‘네버(Never·안 된다) 샌더스’ 기류가 대통령 후보 경선과 본선,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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