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작가 "아동 관련 사회적 이슈에 많은 관심…'가족 동반자살=살인'이란 점 짚었죠"

입력 2020-03-05 17:08   수정 2020-03-06 03:21


“2009년 이후 평균 매달 두 명꼴로 아이들이 부모의 죽음에 함께 희생되고 있다고 합니다. ‘동반자살’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에겐 삶에 대한 어떤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죠. 소설을 통해 가족 동반자살이 ‘자살’이란 이름으로 미화된 하나의 ‘살인’이란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김선미 작가(39)는 최근 출간한 스릴러 장편소설 《살인자에게》(연담)의 소재로 ‘가족 집단자살’을 선택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김 작가는 “일본 스릴러 문학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화차》는 시스템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이른바 ‘사회파 미스터리’”라며 “미야베처럼 사회 시스템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을 개척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살인자에게》는 가족 동반자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일가족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아내만 죽인 채 감옥에 간 아버지와 살아남은 두 형제의 목소리를 각각 들려준다. 아버지의 출소와 함께 발생한 살인 사건의 비밀을 쫓는 단 5일간의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며 재미를 더한다. 노태훈 문학평론가는 “좋은 추리물이 그렇듯 이 소설도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만을 따라가지 않는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서로가 엇갈리면서도 모두 연루돼 있는지 치밀하게 서술했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아동문학 출판사에서 11년간 근무하며 평소 아동문제와 아동 관련 사회적 이슈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살아남은 두 아들이 지닌 트라우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 동반자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죽임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내가 뭘 잘못했을까’ ‘뭐 때문에 이렇게 됐을까’ 자책하며 자폐적으로 바뀝니다. 그런 트라우마에 대한 상담치료도 시급하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그릇된 소유욕과 사실상 살인을 당하는 이들의 경험을 ‘일가족 동반자살’로 치부해버리는 시선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지난해 주최한 ‘제3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지난 1월 23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자마자 책 분야 1위에 올랐고, 3주 만에 누적 8만 뷰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책 분야 최단기간 최다 구매 작품이란 성과를 내며 화제에 올랐다. 작가는 “소설이 아버지와 두 아들 시점으로 나뉘어 전개됨에도 독자들이 각각의 시점에 빠르게 이입해 공감해줬다”며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에 있는 듯한 문체와 스타일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책 출간에 앞서 ‘웹소설’로 인터넷에 미리 연재되는 것에 대해 작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책읽기라는 게 사실 사유를 위한 목적이 크잖아요. 완결된 책은 어차피 뒤에 결말이 있으니 ‘뭐가 있겠지’ 하고 생각을 놔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웹소설은 회마다 그때그때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줍니다. 매 회 독자들이 나름대로 넓게 추리해보고 상상해 결론을 내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뭔가를 집중해서 읽고 각자 생각하게 해주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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