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인천공항…'코리아 팬데믹'에 면세점 '수렁'

입력 2020-03-06 09:43   수정 2020-03-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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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업계가 신음하면서 '빅딜'로 꼽히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이 수렁에 빠졌다.

코로나19가 한국 대유행(코리아 팬데믹) 국면으로 번지면서 여행 제한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해외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도 모두 발길을 끊으면서 인천공항은 텅텅 빈 신세가 됐다.

사상 첫 유찰이 나온 데 이어 참여를 신청했던 중견기업 면세점 SM면세점이 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 매출이 급속도로 추락하면서 높은 임대료 부담에 업계가 초점을 맞춘 결과란 분석이다.

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SM면세점은 지난 5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을 포기했다. 높은 임대료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악영향 속 정부 지원에서 제외돼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중소·중견 면세 사업권 3개 구역 중 DF8·DF9 구역 입찰에 참여한 SM면세점은 "입찰을 재검토한 결과,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와 코로나19 지원 배제 및 경영악화에 따른 후유증이 커질 것으로 판단돼 (T1 면세점) 입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SM면세점은 2015년 인천공항 첫 중소·중견사업자로 선정돼 현재 제1, 2여객터미널(T1, T2) 출국장과 T1 입국장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인천공항공사 내 입점업체에 임대료를 6개월간 25~30% 인하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해당 방안이 기재부의 '공공기관 임대료 지원방안'에 따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임차인에만 해당된다고 판단했고, 중견기업인 SM면세점은 임대료 감면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 역시 임대료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SM면세점은 "현재 운영 중인 사업권에 대해 입찰을 포기해 아쉬움이 많다"면서도 "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주 3일 근무, 임원진 급여반납, 서울점 주말 휴점 등 자구책을 찾고 있었으나 현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사상 첫 유찰 사례가 나온 데 이어 SM면세점이 입찰 포기를 선언한 점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업계가 느끼는 심각성을 보여준다.

앞서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대기업 사업권 5곳(DF2·DF3·DF4·DF6·DF7)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DF2(향수·화장품), DF6(패션 기타) 사업권 등 2곳은 입찰업체 수 미달로 유찰됐다.

유찰된 2개 사업권 중 DF2는 당초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 구역이다. 면세업계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DF2 구역의 1차년도 최소보장금(임대료)이 1161억원에 달해 부담 가중을 우려한 기업들이 입찰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면세사업자들이 현재 임차료 수준 혹은 그 이하에서만 입찰에 참여했다"며 "사업자들이 인천공항에서 현재 수준 이상으로 적자가 확대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줄면서 입점 면세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SM면세점의 T1 소재 인천공항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2.9% 급감했고, T2 소재 지점 매출도 38.5% 줄었다. 같은 기간 입국장 면세점 매출은 전월보다 54.9%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공항 내 대기업 3사 면세점 매출도 반토막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입국 금지 국가가 확산하는 만큼 향후 피해는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내에서 번지고 있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큰 만큼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SM면세점은 "정부 및 인천공항공사에 인천공항 제1, 2여객터미널과 입국장면세점에 대한 임대료 조정을 재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17일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 전체가 피해에 신음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면세점에만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공항 내 상업시설 임대료를 10% 인하한 전례가 있는 만큼 임대료 인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8% 감소할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에 그친 216억달러(약 25조5000억원)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인 보따리상인 따이궁 수요가 이연되며 올해 4월까지 국내 면세점 업계의 매출 역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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