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재직 시절인 1989년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일본에 출장 갔을 때 배운 교훈이다. 권 사장은 “30년 전 이미 부동산신탁업이 정착돼 있던 일본에서 전문가들이 시행사의 진정성과 입지의 중요성을 잘 살펴야 한다고 했던 조언을 지금까지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은 있지만 경험과 자금이 없는 소유자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부동산신탁회사가 효과적인 개발·관리를 통해 이익을 돌려주는 제도다. 무궁화신탁은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에 이은 국내 상위권 업체다.
권 사장은 1994년까지 10년가량 한국감정원에 몸담은 뒤 자회사인 한국부동산신탁에서 14년간 근무했다. 2009년 무궁화신탁 창립 멤버로 참여해 지난해 신탁부문 대표에 올랐다.
1990년대 중반 한국부동산신탁이 시행사를 대신해 개발사업을 이끄는 차입형 토지신탁을 대대적으로 추진했고, 외환위기 속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권 사장은 당시 70여 개 사업지 중 심각한 결손이 생겨 처분이나 정리를 해야 하는 40여 개 프로젝트를 직접 해결했다. 권 사장은 “한국부동산신탁 근무 때 상대적으로 신탁보수(수수료)가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이 시장 상황에 따라 신탁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무궁화신탁이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30% 안팎으로 낮은 반면 관리형 토지신탁, 담보신탁 등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이유다.
권 사장은 올해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규제 등의 영향으로 지방 분양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지난해 부동산신탁업 3개사가 신규로 인가를 받는 등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권 사장이 올해 영업수익(매출)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1800억원, 560억원으로 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현대자산운용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무궁화신탁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올해 무궁화금융그룹이 출범하게 됐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관계사인 케이리츠투자운용 및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개발사업에 유기적으로 협력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소액 담보신탁을 특화할 방침이다. 담보신탁은 수수료가 적고 업무량이 많아 신탁사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궁화신탁의 누적 담보신탁 규모는 1만 건을 웃돈다. 권 사장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담보신탁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며 “담보신탁 물건이 개발신탁 등 다른 신탁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주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인력을 확충하고 조직도 정비했다. 권 사장은 “신탁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신탁사가 지니지 못하는 유연성을 바탕으로 특화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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