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진보진영의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방안을 공식 논의했다. 주권자전국회의 등이 창당을 추진하는 연합정당인 정치개혁연합(가칭)에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보내는 방식이다. 미래통합당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 결국 우회적으로 ‘비례민주당’ 창당에 나선 움직임이다.
여당, 최고위서 공식 논의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연합의) 제안 내용 보고가 있었다”며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본격적인 논의가 수일 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별 선거 전망 등이 논의됐다. 이 위원장은 회의에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연합정당 참여를 결단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한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는 중도층을 잡아야 하는 싸움”이라며 “비례정당에 참여하게 되면 중도층이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연합정당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에서 비례대표를 내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최고위 의결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대국민 투표를 앞두고 있다. 연합정당 참여가 결정되면 비례대표 후보들을 탈당시킨 뒤 연합정당에 입당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이르면 8일까지 비례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연합정당이 이번 총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오는 16일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비례대표 후보 공천 규칙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하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8일 최고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주말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꼼수 논란’은 불 보듯
민주당이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참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은 통합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절반 이상 내줄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통합당이 미래한국당 창당으로 비례대표만 최대 27석을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체 비례 의석(47석)의 60%에 가까운 수치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 13석인 비례 의석이 7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통합당에 원내 1당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
미래한국당을 ‘꼼수’라고 비판한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연합정당에 참여하게 되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전망이다. 거대 양당의 독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놓고 결국 의석수 확보에만 몰두한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일부 의원들의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원칙 없는 승리를 꾀하려다가 원칙 없는 패배로 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의원이 공감의 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어떤 종류, 어떤 형태의 비례 위성정당에도 정의당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참여)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이 연합정당에 참여한다 해도 의석 배분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 민주당과 정의당을 합친 지지율(47.2%)을 연합정당 득표율로 계산해 비례 의석수를 예측한 결과 연합정당은 26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라디오 방송에서 “비례 7석 정도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그 외 나머지를 ‘미래한국당’이 도둑질해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연합 공천이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김종민 정의당 부대표는 6일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포기하고 민주당 몫까지 (연합정당에) 몰아줄 때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적인 형태의 비례정당은 안 된다”고 말했다.
조미현/김우섭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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