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메리츠종금증권·메리츠금융지주·DB손해보험·삼광글라스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줄줄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동종 업체 겸직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출신을 문제 삼아서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막 오른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가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며 활동을 본격화하자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기관투자가들에 올해 주총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오는 13일 정기 주총에 배준수 관리 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 43.28%를 갖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이 9.19%(지난해 9월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또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총 안건 가운데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안 교수가 삼성증권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분 42.2%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라며 "동종 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면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어 반대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DB손해보험이 상정한 이승우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화생명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이 전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 때문이다. 한화생명과 DB손해보험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경우 이해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판단이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보험 지분 99.6%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지분 51.4%를 갖고 있다. 각각 모자회사 관계로 생명보험업과 손해보험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광글라스의 조백인 전 OCI머티리얼즈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으로 근무했던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삼광글라스의 비상근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안찬규 이테크건설 대표가 삼광글라스의 추천대로 비상근 감사로 선임되면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광글라스와 이테크건설,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는 모두 OCI그룹 계열사다.
상장사 관계자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기업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 때문에 사외이사 겸직이 유난히 많아지고 있는데 의결권 자문사가 보수적으로 권고 의견을 내면서 일부 기업의 경우 주총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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