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이 급락해 3년 내 최저치를 내고 있다.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추가 감산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브렌트유 가격이 장중 전일 대비 5% 넘게 빠졌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원유 가격 벤치마크 격인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배럴당 47.02달러에 거래돼 전일대비 5% 하락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밑돈 것은 2017년 7월 이래 처음이다. 미국 WTI유도 배럴당 43.28달러로 전날보다 5% 넘게 가격이 빠졌다.
FT는 러시아 등과 OPEC이 감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새에 유가가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앞서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한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는 OPEC의 추가 감산 요구에 동의하지 않을 방침이며, OPEC플러스가 기존 시행 중인 감산 합의의 기간을 연장하는 데만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OPEC플러스(OPEC+)는 OPEC 소속 14개국과 주요 10개 산유국 연합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 좌장 격 국가라면 비OPEC국가 중 가장 목소리가 큰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를 비롯한 OPEC+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OPEC 회원국들이 앞서 잠정 합의한 원유 감산안 시행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 OPEC 회원국은 하루 평균 100만 배럴, 비OPEC 국가는 하루 50만 배럴을 기존보다 감축 생산하는게 골자다. OPEC은 사우디 주도로 지난 5일 추가 감산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존 OPEC플러스 감산량은 하루 평균 210만 배럴 수준이다. 여기에다 추가 감산안을 시행할 경우 주요 산유국들이 일평균 총 360만 배럴을 줄여 시장에 내놓게 된다. FT에 따르면 이는 기존 생산량의 4% 수준을 줄이는 셈으로 10년 만에 감산 폭이 가장 크다.
주요 산유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 걸쳐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단 각국 항공편이 멈추면서 항공업계 수요가 크게 줄었다. 지상·해상 운송업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국을 필두로 일부 국가에선 공장 가동이 멎어 제조업발 원유 수요도 확 깎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추가 감산에 소극적이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는 원유 생산 단가가 다른 산유국 대부분보다 낮아 유가 하락에도 큰 부담이 없는 반면, 추가 감산을 하면 외화벌이는 그만큼 줄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산유국의 유전이 고령화된 반면 러시아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 원유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미국이 부쩍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자국 점유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OPEC+가 추가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유가가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에너지영향센터의 제이미 웹스터 애널리스트는 “OPEC 등이 대폭 감축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유가가 2016년 초 수준인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에너지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의 앤루이 히틀 부사장은 “코로나19 발병률이 향후 몇 달 내에 확 줄지 않는 한 유가 하방압력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선 석유에너지 대기업 주가도 내렸다. 영국 BP와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은 이날 주가가 각각 4% 가까이 하락했다. FT에 따르면 두 기업은 지난 1월 중순 이후 각각 시가총액의 20% 가량이 증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