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옵틱스의 에너지 사업 분할에 반대표 던진 국민연금

입력 2020-03-09 08:59   수정 2020-03-09 09:01

[03월 09일(08:59)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막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상장사 56곳에 대해 배당 확대와 지배 구조 개선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초 위탁 운용사에 맡기기로 한 한진칼에 대한 보유 주식 의결권 행사도 직접 하기로 했고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셈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는 상장사는 총 313곳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올해 정기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기업에 대한 요구 강도를 높이면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상장사들 입장에선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지난달 27일 열린 필옵틱스의 임시 주총만 봐도 올해 정기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행보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 필옵틱스는 에너지 사업 부문 물적 분할을 승인 받기 위해 지난달 말 임시 주총을 열었습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에너지 사업 부문 물적 분할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사전에 검토가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게 공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섭니다.

임시 주총 결과 필옵틱스가 상정한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한기수 필옵틱스 대표가 35.49%(지난해 9월 말 기준)의 지분을 갖고 있는 데다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40.78%에 달한 덕분입니다. 5% 미만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보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국민연금의 결정을 두고 정기 주총을 앞둔 상장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깐깐하게 이번 정기 주총에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해서입니다.

조만간 국민연금이 올해 정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상장사들의 주요 안건을 공개할 예정이라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총 96개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개했습니다.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중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가 대상이었습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89개 기업을 분석해봤습니다. 89개 상장사 중 의결권 찬성 사전 공시 기업은 49개였고, 의결권 반대 기업은 40개 였습니다. 40개 기업에서 82건의 반대 안건이 사전 공시됐습니다.

반대 안건의 유형을 보면 임원 선임 및 보수 한도 관련 안건이 전체 반대 안건의 87.8%를 차지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임원 선임 안건이 전체의 56.1%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습니다. 이유로는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꼽히기도 했고, 과다 겸임에 따른 충실한 의무 수행 우려도 있었습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기업들 스스로가 임원 선임 등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이 훼손된 임원 선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참고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사전 공시와 사후 공시를 비교했을 때, 사전 공시 대상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의결권 반대 행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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