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은 1700원(8.06%) 오른 2만2800원에 마감했다. 한전 주가가 8% 이상 상승한 것은 2008년 12월 8일(13.69%) 후 11년4개월 만이다.
이날 한전 주가가 급등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 불발로 국제 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런던 ICE선물거래소 야간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30% 떨어진 배럴당 31.49달러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일에 10%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틀간 하락폭이 40%에 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늘리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은 발전소에 투입되는 석유·석탄 등 연료비 절감으로 이어지면서 한전의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평가다. KB증권은 두바이유가 연평균 배럴당 10달러 하락할 때마다 한전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17억원씩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싼 원전 가동률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실적에 긍정적이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전 점검과 정비가 점차 마무리되면서 올해 원전 가동률이 지난해(70.6%)보다 높은 70%대 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원전 가동률 1%포인트 상승은 한전 영업이익을 1900억원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전 주가 반등 기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역사상 최저 수준인 0.2배까지 떨어졌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유가 하락이 5개월가량 후행해 실적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이후 한전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할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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