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물 복합위기에 직면…가계·자영업 빚이 뇌관될 것"

입력 2020-03-10 17:47   수정 2020-03-11 01:4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유가 폭락이 겹치면서 가계와 영세자영업자부터 항공, 정유·화학 등 주요 기간 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실물 경제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커지면서 금융 부실로 전이될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국내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경기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모든 응답자가 코로나19로 총공급과 총수요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실물·금융 복합위기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은 한국 경제가 이번에는 초유의 실물경제 위기에 직면했다”며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이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금융회사 부실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산업 충격이 금융위기와 결합하는 형태로 증폭되고 있다”며 “과거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같은 글로벌 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등의 국내 위기가 단절된 형태로 진행됐는데 지금은 국내외 금융위기가 한꺼번에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가계·자영업 부채 2000兆 육박…'도미노 부실' 땐 금융위기 올 수도
경제 전문가들 "사상 초유의 실물경제 위기" 경고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간판기업들의 공장이 멈췄고 서울 도심을 찾는 발길은 끊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실물경제는 빈사 상태에 내몰렸다. 경제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버금가는 ‘퍼펙트 스톰’(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생긴 초대형 위기)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과거보다 튼튼해졌지만, 과도한 가계부채와 영세한 자영업자·중소기업을 비롯한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는 보다 헐거워졌다. 약한 고리가 코로나19 충격으로 훼손되면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스템까지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공급충격·소비절벽 겹쳐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금호타이어 성우하이텍 기아자동차 한화솔루션 아모레퍼시픽 STX엔진 STX중공업 현대로템 넥센타이어 LG이노텍 현대건설기계 등 14개 상장사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생산 중단을 공시했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부품 공급이 끊겼거나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길게는 2주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 한복판에 자리잡은 중국 공장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자 한국도 타격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소재·부품·장비 수입액은 537억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간판 제조업체들이 공장 문을 닫자 수출도 줄었다. 지난달 한국 하루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2% 감소했다. 공급 충격에 이어 ‘소비절벽’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시민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백화점·마트·호텔이 문을 닫은 여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 등 카드사 8곳의 2월 1~23일 개인 신용카드 승인액은 28조2146억원으로, 1월 한 달 카드 승인액(51조3364억원)에 비해 45%나 감소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20%가량 급락한 것도 실물경제에 한층 더 타격을 줄 전망이다. 산유국인 중동과 러시아, 중남미의 경기가 더 팍팍해지면서 한국의 수출길이 좁아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과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장기화하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사상 초유의 실물경제 위기”라고 진단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998년은 외화 조달에 차질을 빚는 등 외환위기였고 2008년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비롯한 금융위기였다”며 “중국 공급망 붕괴로 수출과 생산이 추락하는 실물경제 위기를 한국이 처음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부동산 부채 뇌관

실물경제 위축은 자영업자 부채와 부동산금융 경로를 타고 금융부실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자영업자 이익과 가계 소득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이들이 빚을 상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특히 지난해 말 338조5000억원에 육박한 자영업자의 빚이 한국 경제의 ‘부실 뇌관’으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소득 3000만원을 밑도는 저소득 자영업자 가운데 90일 이상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장기 연체 차주의 비중은 2018년 말 1%대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2%로 증가하는 등 부실 징후는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2000조원을 돌파한 부동산 부채(주택담보대출 등)도 금융부실을 부를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한 달 동안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마비 상태에 직면하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있다”며 “고정자산 등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빌린 영세 자영업자와 가계가 채무불이행에 빠지고 금융회사 위기로 번지는 복합불황이 이어질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자금난을 겪는 항공사와 유가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조선·건설·정유사의 유동성 문제도 눈여겨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항공사와 건설업체, 정유업체, 조선업체 등의 실적 충격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대기업이라도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며 “주요 산업의 실적 추이와 자금 흐름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성수영/서민준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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