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절벽' 초비상…1월에만 6000억 덜 걷혔다

입력 2020-03-10 17:34   수정 2020-03-11 08:56

지난해 경기침체로 국세 수입이 6년 만에 감소한 가운데 올해도 1월부터 세금이 작년보다 덜 걷혔다. 지난달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가 급격히 위축돼 올해 ‘세수절벽’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감소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세 수입은 36조50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6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293조5000억원)은 2013년 이후 처음 감소(-1000억원)로 전환됐는데, 올해도 첫달부터 세수 부진이 이어진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실적 악화, 투자심리 위축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법인세(1조6000억원)가 전년 동월보다 2000억원 덜 걷혔다. 기업의 영업이익 부진 탓이다. 관세 수입(7000억원)도 2000억원 줄었다. 작년 12월~올 1월 수입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한 영향이 컸다. 특히 기업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면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같은 자본재 수입이 많이 줄고 있다.

‘기타 국세’가 1조3000억원 감소한 것도 경기침체 탓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체납 세금에 대한 징수액과 수입 때 내는 부가가치세 등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소득세(9조3000억원)와 부가세(18조5000억원)는 1년 전보다 각각 2000억원, 1조원 많이 걷혔다.

국세 수입에 세외 수입·기금 수입을 더한 총수입은 올 1월 5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000억원 감소했다.

나랏돈 씀씀이는 커졌다. 1월 재정 지출은 50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5000억원 늘었다. 지출 예산을 작년보다 크게 높여잡은 데다 연초 재정 조기 집행을 적극 시행했기 때문이다.

코로나發 재정 악화 심해질 듯

재정수지는 악화일로다. 올 1월 관리재정수지는 1조7000억원 적자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문제는 세수 부진과 재정 적자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음식점업·숙박업·여행업 분야의 영세업체·자영업자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항공·여행업계는 대기업까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는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등의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여기엔 3조2000억원 규모의 감세 정책이 포함됐다. 감세 정책을 감안한 올해 국세 수입 예산은 288조8000억원으로 작년 실적보다 4조7000억원 적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록한 역대 최대폭의 세수 감소액(2조8000억원)을 뛰어넘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로 올해 세수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 세수 예측과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추경안에는 재정 지출을 8조5000억원 늘리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를 감안한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82조원 적자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1% 수준이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이 -4%를 넘는 건 외환위기 때인 1998년(-4.8%) 후 처음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 대응과 상관없는 사업은 배제해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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