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아무나 내는 세금은 아니다. 한국은 상속재산이 10억원(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없는 경우는 5억원) 이하인 경우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는 경우엔 상속세를 신고할 필요도 없다. 연간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 대비 상속세를 내는 비율은 3%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상속세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일단 상속세를 내야 하는 대상자가 되면 가파른 누진세율의 영향으로 상속세의 부담은 커진다. 상속세는 증여세 세율과 동일하고 10%에서 최대 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계산한다. 만약 피상속인(망자)이 중소기업이 아니라 법인 최대주주인 경우 20%를 할증해 주식을 평가한다. 상속재산 중 해당 법인의 주식이 포함돼 있으면 해당 재산에 대한 세율은 20% 할증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최고세율 기준으로 50%의 세율은 60%까지 상승하는 셈이다.
상속세는 증여를 활용하면 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 방식을 활용하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지만 과세하는 방식이 다르다. 상속세는 재산을 나눠주는 사람을 기준으로 과세하고, 증여세는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상속 재산을 나눠주는 사람은 피상속인(망자)이기 때문에 피상속인을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그래서 상속세는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을 누가 얼마큼 받는지는 계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의 세법에서는 상속세의 납세의무자를 상속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석상 실질적인 상속세의 납세의무자는 피상속인으로 이해하기 편하다. 상속인은 그저 피상속인이 해야 할 신고와 납부의무를 승계받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납세의무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상속세를 계산할 때 특정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많이 배정하면 상속세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피상속인의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을 많이 분할하는 경우, 배우자가 실제로 수령하는 상속재산의 크기에 따라서 배우자상속공제의 명목으로 적게는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된다. 하지만 이것은 배우자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반영한 것으로 피상속인을 중심으로 상속세가 계산되는 유일한 예외라고 볼 수 있다. 배우자에게 분할되는 상속재산을 제외하면 상속재산은 상속인 간에 어떻게 배분되든 상속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상속세는 상속인 중 누가 내든 상관이 없는 세금이다. 상속세의 실질적인 납세의무자가 피상속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해석이다. 상속인 한 사람이 받은 상속재산으로 다른 상속인 몫의 상속세까지 모두 납부하면 증여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증여세의 경우 증여받은 수증자가 내야 할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면 증여세에 대한 증여세가 추가로 과세된다. 그런데 상속세는 상속재산으로 납부하기만 한다면 대납한 상속세 부분에 증여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납한 것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국세청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에서 상속인 누구에게든 상속세를 추징할 수도 있다. 만약 상속인 간에 서로 눈치를 보면서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면 국세청은 상속재산의 범위에서 상속세를 추징할 수 있다.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상속재산가액 상당액을 한도로 추징하기 때문에 한도 범위에서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인 본인의 고유재산에 대해서도 체납된 상속세를 추징할 수 있다.
그래서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피상속인 배우자의 고유재산이 많으면 배우자에게는 상속세를 납부할 정도의 현금을 배정하고 상속세 전액을 납부하게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나머지 상속재산은 고유재산이 없는 자녀들에게 배정하는 방법을 선택하면 한 번의 상속세로 재산분할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종훈 <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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