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동일본 대지진 수준으로 악화된 일본의 '길거리 체감 경기'

입력 2020-03-10 10:10   수정 2020-03-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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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가 전날 20,0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10일에는 장 초반부터 19,000선까지 뚫렸습니다. 지난 9일 한 때 달러화 대비 엔화 값은 101.55엔을 기록하며 201611월 이후 최고의 엔화 강세 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지난달 일본의 길거리 경제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경제의 어느 한 부분도 긍정적인 점을 찾기 어려운 암울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9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올 2월 경기조사에 따르면 경기 현황 판단지수(DI)27.4로 전월 대비 14.5 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내각부는 경기 기조 판단을 1월에는 약한 회복의 움직임이 보인다며 나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2월에는 급속히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며 어려운 처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3개월 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장래판단DI는 전월 대비 17.2포인트 하락한 24.6이었습니다. 하락폭은 20113월 이후 최대치라고 합니다. 장래판단DI의 절대 수치도 리먼 쇼크 때인 2009년 이후 최저치입니다.

업종별로는 음식, 소매, 서비스업의 경기악화가 심각했습니다. 교토 시내의 주요 호텔 2월의 가동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포인트 이상 하락해 5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본 전역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 취소 등으로 문을 닫는 숙박업소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호쿠리쿠백화점은 손님이 크게 줄고 있고, 방일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 매출이 70% 줄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주요 도시의 호텔들도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 하면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관광 관련 서비스업에 시작된 불황의 여파는 제조업으로도 번지는 모습입니다. 제조업의 현황DI는 전월 대비 9.1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중국에서 제품이나 부품 조달이 원활치 않아 일본 내 생산에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번 조사는 일본에서 코로나19 우려가 한참 커지기 시작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국의 초··고에 임시휴고 요청을 하던 지난달 25~29일에 실시됐습니다. 3월 들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충격파가 더욱 강하게 휘몰아친 만큼 3월 길거리 체감경기는 더욱 싸늘하게 얼어붙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입국제한 조치까지 시행한 만큼, 소매 및 서비스 산업의 어려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광범위하게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를 뒤흔든 역대 최대의 예상 밖 변수로 자리매김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전염병의 향방이 예측 불가능한 만큼, 당분간 세계 각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가늠하기 어려울 듯 한 모습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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