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극복하자" 트럼프·월가 긴급 회동…우린 이렇게 못하나

입력 2020-03-10 18:20   수정 2020-03-11 00: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 극복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11일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긴급 회동을 하기로 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지난 9일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7% 넘게 추락한 ‘검은 월요일’이 벌어졌고 국제유가까지 동반 폭락하며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월가에서 11년 황소장(강세장) 종료 선언이 나오고, 뉴욕타임스가 “경제가 토네이도에 직면했다”고 진단할 만큼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번 대통령과 월가 CEO 회동에서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정책 최고책임자와 시장을 잘 아는 금융인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그 자체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근로소득세)를 인하하고, 항공 호텔 크루즈 등 피해산업 지원 등 ‘드라마틱한 부양책’을 약속했다. 이에 힘입어 다우지수 선물은 4%대 반등세를 보였다.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접어든 이상 그 파장은 가늠조차 어렵다. 코로나 종식이 최선의 경기부양책이겠지만, 지금 단계에선 정부와 민간의 리더가 진지하게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으로도 충격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향후 몇 달을 버틸 적절한 수단과 유동성 지원 등의 부양책을 강구 중”이라고 시장을 다독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충격이 더 큰 우리나라는 어떤가. 사태 초기인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6대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고 보기는 힘들다. 청와대 행사가 대개 그렇듯이 부르니 안 갈 수 없고, 가서도 속내를 얘기할 수 없어, 부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 자리에는 ‘기생충’ 제작사의 모기업 총수까지 불러, 코로나 대책회의라기보다 ‘경제도 신경 쓴다’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가 오는 18일께 문 대통령 주재로 당·정·청과 경제·금융계 간에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간담회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수십 명이 참석해 발언시간과 기회가 제한되고,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간담회라면 이전의 이벤트성 행사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진솔하고 실질적인 건의를 듣고 싶다면 그동안 한 귀로 흘린 경제단체들의 건의서만 제대로 읽어봐도 충분할 것이다.

현장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현장의 최고전문가’인 기업인들의 고민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안 보인다. 오히려 집권여당은 없던 규제를 만들고, 총선 공약도 친노동 일색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효과가 불투명하고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는 재난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금도 문제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 정부가 기업 위에 군림하고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는 한 코로나 경제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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