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과 월가 CEO 회동에서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정책 최고책임자와 시장을 잘 아는 금융인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그 자체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근로소득세)를 인하하고, 항공 호텔 크루즈 등 피해산업 지원 등 ‘드라마틱한 부양책’을 약속했다. 이에 힘입어 다우지수 선물은 4%대 반등세를 보였다.
코로나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접어든 이상 그 파장은 가늠조차 어렵다. 코로나 종식이 최선의 경기부양책이겠지만, 지금 단계에선 정부와 민간의 리더가 진지하게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으로도 충격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향후 몇 달을 버틸 적절한 수단과 유동성 지원 등의 부양책을 강구 중”이라고 시장을 다독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충격이 더 큰 우리나라는 어떤가. 사태 초기인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6대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고 보기는 힘들다. 청와대 행사가 대개 그렇듯이 부르니 안 갈 수 없고, 가서도 속내를 얘기할 수 없어, 부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 자리에는 ‘기생충’ 제작사의 모기업 총수까지 불러, 코로나 대책회의라기보다 ‘경제도 신경 쓴다’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가 오는 18일께 문 대통령 주재로 당·정·청과 경제·금융계 간에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간담회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수십 명이 참석해 발언시간과 기회가 제한되고,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간담회라면 이전의 이벤트성 행사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진솔하고 실질적인 건의를 듣고 싶다면 그동안 한 귀로 흘린 경제단체들의 건의서만 제대로 읽어봐도 충분할 것이다.
현장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현장의 최고전문가’인 기업인들의 고민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안 보인다. 오히려 집권여당은 없던 규제를 만들고, 총선 공약도 친노동 일색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효과가 불투명하고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는 재난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금도 문제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 정부가 기업 위에 군림하고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는 한 코로나 경제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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