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0일 전국 대학 취업센터장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취업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 취업센터장 10명 중 7명이 “화상 온라인면접이 올 상반기 취업시장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나머지도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AI면접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설문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전국 4년제 대학 56곳의 취업센터장이 답했다.
대학들도 온라인 취업멘토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 경산에 있는 영남대는 3월부터 서울의 유명 취업강사를 섭외해 이 학교 학생들과 1 대 1 온라인 취업멘토링을 하고 있다. 노경윤 영남대 취업지원팀장은 “그동안 취업 ‘일타 강사’들은 섭외가 쉽지 않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가능해졌다”며 “학생들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영남대와 같은 양상은 설문에서도 드러났다. 대학 10곳 중 9곳이 “개강 후 취업특강도 온라인으로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문’이 막히자 ‘온라인 문’이 새롭게 열린 셈이다.
대학 취업센터장들은 코로나19로 취업문 축소를 우려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85.7%가 “기업들의 채용 축소”를 꼽았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불명확한 채용 일정”을 우려했다.
채용 일정과 관련해 대학 취업센터장들은 “언론을 통해 대략적인 채용 일정을 밝혀야 한다(39.3%)”, “일괄적으로 5월 이후 채용을 시작하면 좋겠다(33.9%)”고 응답했다. 최성희 서울지역대학 취업협의회장(숙명여대 인재개발센터장)은 “기업들도 경영 환경이 어렵겠지만 청년 구직자를 위해 가능하면 빨리 채용 계획을 밝혀 줄 것”을 당부했다. 이인용 동아대 취업지원팀장은 “취업준비생들은 코로나19보다 졸업 후 취업을 못 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민·관·학이 언제든 취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기업들의 채용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채용 알리미 사이트’를 개설해 줄 것도 정부에 요청했다.
주요 기업들은 채용설명회도 학교를 찾아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미 롯데그룹은 유튜브에 ‘엘리크루티비’를 개설했고, SK·포스코 등의 기업들도 준비 중이다.
대학의 취업전문가들은 온라인 설명회에 꼭 있어야 할 세 가지로 ‘채용담당자의 설명’ ‘현직자의 직무 소개’ ‘구직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꼽았다. 특히 취업센터장들은 ‘일방형 정보 전달보다 쌍방향 채용 채널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직자들의 취업 희망 분야’를 묻는 질문에 센터장들은 “취업준비생들의 상당수가 공공기관 취업이나 공무원을 희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 취업 희망자는 점차 줄고 있다”고 했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산업인력개발학 교수)은 “공무원·공기업으로 20대 젊은이가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불안이 반영된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 기업가 정신이 사라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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