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전화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지 2주가 넘었다. 하지만 병원마다 지침이 달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전화진료를 받더라도 처방전에 있는 약을 구하기 어려워 대학병원 약국을 찾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전화진료 시행 2주 지났지만…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전화진료 허용 이후 하루 약 300건을 전화를 통해 상담 및 처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25~26일 이틀간 125명을 전화진료한 뒤 58명에게 처방을 내렸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내원환자뿐만 아니라 초진환자도 전화로 받고 있다. 병원 직원 중 확진자가 나타나 응급실을 폐쇄했던 은평성모병원도 하루 500명 정도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전화진료에 참여했거나 참여할 예정인 상급 종합병원은 42곳 중 21곳,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169곳 중 94곳이다. 의원급 병원은 707곳 중 508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의원급 병원의 72%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국경제신문이 10일 서울지역 다섯 곳의 의원급 병원에 무작위로 전화해본 결과 전화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한 곳뿐이었다. 대부분 대면진료를 권한다거나, 내원 이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내과 원장은 “전화진료를 꼭 원하는 환자에 한해 하루에 한 명 정도 하는 수준”이라며 “전화진료를 하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를 어떻게 따지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대구처럼 상황이 급박한 지역이라면 몰라도 일괄적으로 전화진료를 하라는 것은 현장 의견을 정부가 무시하는 셈”이라며 “약 배송도 현행법상 불법인데 진료만 전화로 한다고 해서 방역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화진료해도 약 구입 어려워”
전화진료가 시행되면서 약사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일선 약국마다 구비한 전문의약품 종류가 달라 환자의 처방전에 맞춰 약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전화진료를 받은 환자의 처방전을 받았는데 없는 약이라 옆 약국에서 빌린 적도 있다”며 “전화진료 처방전은 대부분 인근 병원 것만 받고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병원에서 전화진료를 받아도 처방전은 대학병원 인근 약국에 내러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약사법상 온라인 또는 전화로 약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어 약을 배달할 수도 없다.
서울대병원 인근의 A약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품을 택배로 배송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계속 들어오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인근의 B약국 약사는 “80대 독거노인이 사정사정해서 약을 퀵서비스로 보낸 적은 있다”며 “그 외엔 가족을 오게 해 대리수령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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