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일체형 속옷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단색은 대표적인 D2C(직접 판매·Direct to Consumer) 업체로 꼽힌다. 제품이 입소문을 탄 뒤에도 유통업체를 통한 판매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황태은 단색 대표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왜곡 없이 듣기 위해 직접 물건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단색처럼 ‘외로운 길’을 고집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뚜렷한 브랜드를 구축하기 전까지는 D2C 방식이 유리하다는 게 ‘직판 스타트업’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초기부터 유통업체를 활용하면 비슷비슷한 제품과 섞여 자사 제품의 고유성이 희석된다는 논리다.
영어, 일본어로도 제품 안내
단색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업체다. 고객들의 가감 없는 평가를 듣고 이를 다음 제품에 반영하는 게 핵심 과제다. 이 업체의 선택은 자체 쇼핑몰을 통한 직접 판매였다. 황 대표는 “출시 후 2년6개월 동안 15번의 리뉴얼을 거쳤다”며 “직접 판매를 통해 고객과 밀도 있는 소통을 하면서 제품의 약점을 줄여나갔다”고 했다.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D2C의 강점으로 꼽힌다. 면도기와 면도날을 제작해 정기 배송하는 와이즐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와이즐리 면도기 가격은 경쟁사의 절반 수준이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는 “생활용품 가격에 거품이 끼는 것은 유통 마진 탓”이라며 “여러 유통업체에서 입점을 요청하지만 가격 상승을 우려해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직판이 유리하다는 게 스타트업들의 설명이다. 다양한 언어로 제품을 안내할 수 있어서다. 아기띠를 생산하는 코니바이에린은 매출의 93%를 자사 온라인몰을 통해 올리고 있다. 일본, 호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등 30여 개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이 회사는 해외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국제물류 배송업체를 이용해 물건을 직접 해외로 보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쿠팡이나 G마켓에 영어, 일본어 서비스를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직판을 해야 해외 소비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SNS 광고 덕에 독립 가능해져
전문가들은 SNS 광고 알고리즘이 세밀해지면서 스타트업이 자신 있게 직판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포털→온라인 쇼핑몰’이었던 소비자들의 동선이 ‘SNS→자체 쇼핑몰’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여성용품, 면생리대 등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가 SNS의 게시물을 보다가 단색이 운영하는 자체 온라인몰로 유입되는 식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D2C를 강화하는 것도 기성 온라인몰에 기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나이키는 현재 3만여 곳에 달하는 유통 거래처를 40여 곳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나이키 라이브’ 등 체험형 직영 매장과 자체 모바일 앱 ‘SNKRS’에 무게를 두겠다는 구상이다.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탁도 최근 ‘탈 아마존’을 선언하며 직접 판매로 돌아섰다. 대형 온라인 유통 플랫폼 아마존에서 버켄스탁의 위조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버켄스탁은 고객들에게 공인 소매업체에서만 제품을 구매하도록 권유하는 동시에 아마존에 등재된 상품은 신뢰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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