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사진)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놀라운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어 심각성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팬데믹으로 특정지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WHO는 전염병 위험 최고 단계를 팬데믹(pandemic)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스어로 ‘pan’은 ‘모두’, ‘demic’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WHO는 “중국과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벌어진 코로나19 사태가 다른 나라들에서도 찾아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단순히 공중보건의 위기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라며 “모든 부문과 개인이 싸움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이 노력을 기울이면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등 일부 국가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그는 “11만8000여 건의 확진 사례 중 90% 이상은 4개국에서 발생했다”며 “한국과 중국에서는 코로나19가 상당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HO가 팬데믹을 선포했지만 앞으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WHO의 권고사항도 이를 강제할 법적 조치는 없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팬데믹은 용어의 문제라고 했다. 코로나19의 발병 위협이 최고조에 달해 각국 정부가 더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미라는 것이 WHO의 설명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은 감염병 통제 노력을 배가하고 확산을 막을 공격적인 조처를 취해달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명확한 팬데믹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늑장대응’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WHO엔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 기준이 없다. 다만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병했을 당시 설정한 6단계 경보기준만 있을 뿐이다.
당시 경보기준에 따르면 특정 대륙을 넘어 다른 대륙으로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되는지 여부가 팬데믹을 선포하는 핵심 기준이었다. 이 기준대로라면 중국 등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코로나19가 퍼졌던 지난달 중순엔 팬데믹을 선포했어야 했다. 하지만 2009년 수립했던 팬데믹 기준은 더 이상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WHO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세계 전문가들과 언론들 사이에선 이 6단계 기준이 여전히 활용되면서 혼란만 초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팬데믹은 가볍게 혹은 무심코 쓰는 단어가 아니다”며 “그것은 잘못 사용하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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