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앞두고 12일 만난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64·사진)는 ‘대한민국 물의 날’을 제안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세계 물의 날’은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물부족 등 문제 해결에 전 세계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유엔이 1992년에 지정·선포한 날이다. ‘빗물박사’로 널리 알려진 한 교수는 국회물포럼 부회장, 빗물모아 지구사랑 대표 등을 지냈다.
한 교수는 ‘한국 물의 날’을 별도로 지정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가 제안한 날짜는 9월 3일. 세종대왕이 측우제를 시행한 1441년 8월 18일(양력 9월 3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그는 “세종실록을 보면 세종이 전국에 측우기를 내려보내 강수량을 매일 보고토록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300여 곳에서 강수량을 측정하는 등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강수량을 체계적으로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위기 시대를 맞아 선조들의 물관리 철학을 잘 활용한다면 제2의 한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한 교수는 상하수도 공학을 전공했다. 물과 관련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빗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001년 서울대에 빗물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빗물 관련 저서만 13권을 펴냈다. 그는 “물부족 문제는 빗물만 잘 활용해도 해결할 수 있다”며 “건물별로 빗물 저장시설을 마련해 간단한 정화과정을 거치면 청소와 화장실 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손잡고 베트남에서 빗물을 식수로 만드는 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베트남의 한 병원에 16t 규모의 빗물 식수화 시설을 설치한 것. 2007년부터 베트남에서 빗물 식수화 사업을 추진한 한 교수는 작년에 처음으로 WHO와 공동사업을 벌였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의사와 약품만큼 중요한 게 깨끗한 물”이라며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빗물 식수화 시설을 설치해 저렴한 비용으로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근 한 교수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해법을 담은 《모모모 물관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일반인도 쉽게 빗물을 통한 물관리 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썼다”며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모든 물의 관리’라는 뜻에서 ‘모모모’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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