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과세 장기주식펀드를 내놓는 방안을 ‘위기대응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식시장이 급락한 데 따라 수급 대책이 가동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2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장기적으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3년 이상 펀드를 적립하면 매매차익 뿐 아니라 배당에 대해 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일정 비율 소득공제를 해주는 방안이다.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환매 후 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지 않지만, 배당에 대해선 15.4%를 과세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배당소득세까지 면제해주면 ‘완전 비과세’ 상품이 된다. 여기에 연차별 불입액의 5~20% 가량을 소득공제해주면 주식 펀드에 자금이 들어올 유인이 충분할 것이란 게 관계부처의 분석이다. 비과세 장기주식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도입한 바 있다.
정부가 이 같은 비과세 장기주식펀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 방어에 가장 필요한 것이 수급대책이란 판단에서다. 과거와 같이 정부가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를 억지로 동원하긴 어렵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통해 시중의 장기 투자 자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주식 펀드의 세금 혜택과 관련해 정부부처 안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추이를 살펴본 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대책의 또 다른 방안 중 하나로 증권 유관기관들이 증시안정공동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한도를 완화하고 일일 가격제한폭을 축소하는 방안,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대상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 등도 컨틴전시 플랜에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시장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선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완화 조치로 이미 이틀간 40개 종목이 지정돼 열흘동안 공매도가 중단되는 만큼 그 효과를 지켜봐야한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공조없이 한국이 먼저 공매도 전면 금지를 시행하면 부작용이 클 것이란 판단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낙폭이 커지는 이유는 신규 유동성 공급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장기투자 세제 혜택 등 경제활동 주체들의 자금을 자본시장에 유입되도록 하는 정책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하수정/오형주/서민준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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