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나섰다. 200억원을 투입해 5월부터 항체 치료제를 시험 생산하고 6개월 내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게 준비할 계획이다. 의료진의 도움 없이 일반인이 20분 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 진단 키트 시제품도 다음달 선보인다. 또 셀트리온 공장이 있는 인천과 청주 지역에 면 마스크 100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18개월 걸리는 치료제 개발, 6개월로 단축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2일 유튜브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와 진단키트에 대해 설명했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에 화면으로 생중계하는 웹캐스팅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조류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슈퍼항체를 개발해 임상 2상까지 완료했다. 메르스 치료용 항체도 전임상을 끝냈다. 셀트리온은 다양한 바이러스 치료용 항체를 개발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서 회장은 “항체 개발에는 아무리 빨라도 18개월이 소요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 6개월 내 인체에 투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공급받았고 이달 말까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항체를 찾을 계획이다. 서 회장은 “4월 말까지는 최적의 항체를 선별해 5월부터 임상용 항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과 전임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임상 절차 및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현존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와 변이 바이러스, 장기적으로 변이를 전제로 한 슈퍼항체 등 세 가지 타입의 치료제를 개발한다.
치료용 항체는 단기 예방용으로도 효과가 있어 개발 후 백신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1단계로 200억원을 투입하고 상업화까지는 3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전 세계에서 항체를 개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회사로 현재 3교대로 조를 짜서 24시간 주말도 없이 근무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에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자가 진단 키트도 출시
셀트리온은 자가 진단 키트도 개발 중이다. 기존 진단 키트보다 사용이 편리하고 20분 내 감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셀트리온은 하루 5만 개의 진단키트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의료진의 도움 없이 개인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개발하고 하루 10만 개로 생산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고 서 회장은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4월 말까지 진단 키트 시제품을 생산하고 5월 말 임상평가를 위해 현장에 투입한다. 6월에는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마스크 대책도 내놨다. 생산 직원들이 사용하는 누진복 소재의 면 마스크를 100만 장 발주해 사업장이 있는 인천과 청주에 50만 장씩 공급하기로 했다. 면 마스크에 삽입할 필터의 대체품도 찾고 있다. 서 회장은 “기존 필터 재질을 사용하지 않고 대체할 수 있는 재질을 찾아서 마스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제약바이오회사들도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10일 코로나19 항체 탐지용 단백질인 ‘프로브’ 제작에 성공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효능을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GC녹십자 등은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해외에서는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다 실패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는 글로벌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GSK와 사노피 등은 백신을 개발 중이다.
업계는 한국의 풍부한 임상 인프라와 선진 의료기술을 활용하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앞서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여섯 번째로 많이 이뤄지는 나라이며 서울은 세계 1위 임상시험 도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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