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전국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주택) 공시가격 예정액이 공개된다. 서울 강남권과 용산·마포구 아파트 공시가격이 30~50%가량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9억원 넘는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부동산값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남 공시가 최고 50% 인상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은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액을 이날 공개하고 의견 청취에 들어간다. 전국 1400만 가구가 대상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년 대비 14.0% 올렸다. 2007년(28.4%) 후 12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이 같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에서 9억원 넘는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실제 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가 밝힌 지난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은 평균 68.1%다.
국토부는 가격대별로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시세 9억~15억원 주택은 시세의 70% 미만을 반영한다. 15억~30억원 주택은 75% 미만, 30억원 이상은 80% 미만을 적용한다. 지난해 실거래가 상승분도 올해 공시가격에 적극 반영한다.
국토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시세가 23억5000만원인 강남구 A아파트(전용면적 84㎡) 공시가격은 올해 17억6300만원이 된다. 지난해(11억5200만원)보다 53% 오른다. 시세가 16억원인 서울 마포구 D아파트(84㎡)는 올해 공시가격이 11억8000만원으로 36.5% 뛴다.
“매물 나올 것”
공시가 인상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1주택자, 만 59세 미만, 5년 미만 보유)를 계산한 결과 공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보유세는 대부분 상한선(50%)까지 오른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보유자는 올해 보유세로 1333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908만원에서 46.8% 늘어난다. 정부 현실화 기준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17억4000만원에서 올해 25억6000만원으로 46.8% 오른다.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해 종합부동산세율이 1주택자는 0.1~0.3%포인트,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2~0.8%포인트 오르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를 보유한 2주택자의 올해 보유세는 6886만원에 달한다. 지난해(3213만원)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뛴다. 우 팀장은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작년보다 낮더라도 보유세 상한선 초과분이 매해 보유세에 반영돼 일부 납세자는 세금 인상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인 6월 말까지 매물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도 매도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12·16 대책 이후 짙어진 관망세 속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쳐 집값 상승 기대가 잠잠해져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2년간 집값이 급등한 서울을 중심으로 매도에 나서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이 동시에 충격을 받으면서 복합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며 “무리한 보유세 인상이 경기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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