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리자 '오로지 현금만'…금·채권 가격도 뚝뚝

입력 2020-03-13 17:43   수정 2020-03-1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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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우지수가 3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증시에 공포가 엄습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 및 채권 가격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오로지 현금만을 보유하겠다는 유동성 선호 현상이 극에 달하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1170원(1.85%) 떨어진 g당 6만224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도 온스당 52달러(3.17%) 급락한 1590.30달러에 마감했다.

채권 시장도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국채 선물 가격이 급락하는 등 주식 시장과 동반 패닉에 빠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87%포인트 오른 연 1.149%에 거래를 마쳤으며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183%포인트 급등하면서 연 1.5%선 위로 올라섰다. 10년 만기 국채 선물(LKTBF) 가격도 장 초반 300틱 가까이 떨어지면서 ‘패닉 셀’ 양상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유럽에서도 독일을 제외한 주요국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각각 0.20%포인트, 0.58%포인트 치솟은 연 -0.112%와 연 2.505%를 기록했다. 글로벌 현금으로 통하는 달러 수요가 폭증하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061%포인트 하락한 연 0.811%에 마감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유럽 주요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한 탓에 미국 독일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며 “금과 국채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조차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각 경제 주체가 현금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인 저금리 기조 탓에 통화정책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가 이미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각국의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먼저 안전자산인 채권 금리가 진정된 이후에야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요국 통화정책 공조가 과거만큼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 데다, 핵심 원인인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이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정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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