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생산·소비 디지털 전환 가속…산업재편 준비해야"

입력 2020-03-16 17:22   수정 2020-03-17 01:20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취임 1년을 앞둔 박 장관은 지난 13일 서울 관훈동 중기부 영상회의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어느 정도 종식되고 나면 산업 대재편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잘 준비하면 우리 산업계가 경쟁자보다 100년을 앞서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이 포착한 기회는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온라인 쇼핑 등 소비문화 전환,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확대 등에 대비해 중소·벤처기업의 스마트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한 달 이상 현장 행보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방역과 경제활동 두 가지를 놓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한쪽 둑이 터지기 마련입니다. 균형점을 어디에 두고 정책을 펼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정책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요.

“산업 대재편의 시기를 준비하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결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소상공인의 스마트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가맹점주에게 수수료를 인하해준 ‘착한 프랜차이즈’들로부터 스마트상점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로봇이 음식을 나르는 등 스마트상점을 보급해 코로나19 종식 이후 급격히 늘어날 소비를 대비해야 합니다.”

▷제조 중기엔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가요.

“역시 해답은 ‘스마트화’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서비스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시장을 예측하고 교육, 장비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화제가 됐던 ‘마스크 맵’과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할 것인지를 두고 정부에서 깊이 있게 논의했습니다. 공공 데이터를 어떤 방법으로 적절하게 개방하고 활용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를 집중 고민할 때입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런 정책 방향이 반영됐나요.

“최근 중기부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 번째는 추경을 하더라도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이템을 발굴해 함께 협업하면 좀 더 빠르게 경기회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장에선 정부의 긴급경영자금을 받기 힘들다고 합니다.

“자금회전이 빠른 소상공인들을 위해 급전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융자하는 만큼 정부는 특별금융의 융자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평소에도 신청에서 대출까지 2주 정도 걸립니다. 전국 16개 지역신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융자 건수가 하루 2500건인데 여태까지 10만 건 신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이번주부터 시중은행에서도 위탁 보증업무를 시작하기로 한 만큼 보름 정도 지나면 병목현상 해소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별자금 지원 대상은 어떻게 됩니까.

“자금 지원의 문턱을 많이 낮추고, 대출 가능 신용등급도 기존 6등급에서 10등급까지 확대했습니다. 기존에 이미 보증을 받아 융자를 받은 분들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단 세금을 안 냈거나 기존 융자 원리금을 연체한 분은 제외했습니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최대한 폭넓게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 의지입니다.”

▷작년 4월 8일 취임 이후 스마트화를 줄곧 강조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이라는 기차’에 중소기업을 어떻게 태워서 무엇을 제공할지 고민했습니다. 이 같은 방향 설정은 옳았다고 자평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다보스포럼에 초청받아 가보니 모든 국가가 중소기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더군요. 중소기업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경쟁력 있게 키울지에 따라 국가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스마트공장, 스마트상점, 스마트서비스, 스마트공방, 스마트창업 등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면 대한민국이 G7(주요 7개국)에도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성과를 꼽자면 무엇이 있나요.

“스마트공장은 괄목할 정도로 보급됐습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남았습니다. 작년에 중기부가 ‘제조 데이터 센터’ 설립 분위기를 이끈 것도 잘한 것 같습니다. 각 제조현장의 데이터를 연결해 활용할 경우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위해선 올해 스마트상점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상권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공용 앱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코로나19를 진단하는 테스트키트를 한국이 제일 빠르게,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작년 벤처 투자의 약 25%가 바이오 분야에서 이뤄졌던 것이 토대가 됐습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혁신의 힘은 스타트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맵’을 만든 대학생 이동훈 씨는 작년 중기부의 예비창업패키지사업에 참가했고, 휴벳바이오는 2015년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뿌려진 벤처 투자의 씨앗이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정책 초점은 어디에 맞춰야 할까요.

“창업 환경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한국이 부럽다고 할 정도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스케일업(외형 성장)이 중요합니다. 국내 벤처캐피털(VC)이 140여 개 있지만 미국처럼 큰돈을 굴리는 곳이 없습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의 협업 모델인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캠페인은 은행 자금을 VC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입니다. 삼성·현대 등 국내 1세대 대기업이 은행 대출을, 네이버 등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토대로 자금을 유치했다면 3세대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은 VC의 자금으로 만들어집니다. 국내 VC를 육성하지 않으면 유니콘 기업의 최종 과실을 외국 VC가 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입니다. 향후 ‘정치인 박영선’의 행보는 어떻게 됩니까.

“(웃음) 아무 생각이 없고, 솔직히 그럴 여유도 없습니다. 정치인은 축복받으며 떠나기가 굉장히 힘든 거 같습니다.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4선을 했더군요. 정치인으로 장기 계획을 세워가면서 소신껏 일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둘은 상충합니다. 장기적인 계획에 매달리기보다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던 것이 유권자들로부터 나름대로 진솔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2대 중기부 장관으로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요.

“디지털경제의 틀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가장 듣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바뀌는 전환기를 맞아 우리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기업에 희망과 비전을 줬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서기열/문혜정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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