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통화스와프 체결…외환 방파제 더 높여야"

입력 2020-03-16 17:44   수정 2020-03-17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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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과거 위기 때처럼 외화 유동성 부족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위기가 불거진 직후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을 이탈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이어 금융권의 외화 유동성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달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은 은행들이 기업 등에 빌려줬던 외화를 회수하고, 수출환어음 매입도 크게 줄였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실물경제가 악화돼 금융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최근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당시와 같은 ‘달러 가뭄’ 징후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3일 원·달러 스와프포인트 1개월물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스와프는 은행 간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거래를 말한다. 달러 여유분이 있는 은행이 이자를 받고 달러 자금이 부족한 은행에 달러를 빌려준다.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라는 얘기는 달러를 구하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기업들도 달러 조달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신흥국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어서다. 아시아 투자적격 회사채와 미 국채 간 금리격차는 코로나19 확산 본격화 전인 지난 1월 20일 1.16%포인트에서 지난 13일 1.90%포인트로 벌어졌다.

기업의 자금 조달 차질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3억달러 규모 영구채(신종발행증권) 발행을 미룬 것을 시작으로 한국광물자원공사(3억호주달러)와 한국석유공사(5억달러) 등이 연이어 해외 채권 발행 시기를 연기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우량한 신용을 갖춘 석유공사마저 자금 조달 일정을 미루자 코로나19 충격이 기업 외화 조달 환경 전반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석유공사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한국 정부와 같은 ‘AA’로 평가받고 있다.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브리핑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 국가들과 통화 스와프를 적극적으로 체결하는 것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08년 260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이 2005억달러까지 줄어들자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시장을 방어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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