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靑 비서관 사의 표명…"날치기 기소, 대통령에게 부담 없어야"

입력 2020-03-16 08:12   수정 2020-03-16 08:14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52)이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으며,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더 부담을 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최 비서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사직의 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8개월.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의 공직생활을 통해 참으로 훌륭한 분들을 만나, 진정 보람있고 영광된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사직의 이유가 재판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했으나, 저는 뜻하지 않게 ‘날치기 기소’라는 상황을 만나 결국 형사재판을 앞두게 됐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청와대를 나간 후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촛불시민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특정 세력의 준동은 대통령님을 포함해 어디까지 비수를 들이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어떻게든 되돌리려는 집요한 음모를 마주하고도 뒷전에서 외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 1월 23일 최 전 비서관이 2017년 청맥 변호사 시절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최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최 비서관은 당시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에게 허위 증명서를 건네며 ‘그 서류로 아들의 합격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자 최 비서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특정세력이 보여 온 행태는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형해화(形骸化)한 사적 농단의 과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와 관련 "적법절차를 위반한 날치기 기소"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자녀 입시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에 대한 1회 공판준비기일 심리가 오는 20일 예정됐다. 지난해 8월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지 7개월 만이고, 지난해 12월31일 첫 기소로부터는 80일 만이다.

아래는 최 비서관의 SNS 전문이다.

[사직의 변]

삶은 늘 흘러가는 것, 그 모든 이의 삶을 싣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쉼없이 나아갑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아 함께 맞서 싸우는 우리 모두의 분투와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 속에서도 늘 새로운 희망은 움트고, 새봄은 여전히 새생명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물러나고 또 어디선가 새싹이 피어나는 때, 저도 나서고 물러나야 하는 때를 생각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18개월.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의 공직생활을 통해 참으로 훌륭한 분들을 만나, 진정 보람있고 영광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저는 뜻하지 않게 ‘날치기 기소’라는 상황을 만나 결국 형사재판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촛불시민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특정 세력의 준동은 대통령님을 포함해 어디까지 비수를 들이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어떻게든 되돌리려는 집요한 음모를 마주하고도 뒷전에서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고요한 것처럼 보여도 커다랗게 출렁이는 깊은 바다가 있습니다.

그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주저없이 그 길로 가겠습니다. 바위처럼 굳건하게 촛불시민과 문재인정부의 역사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저는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역사와 직면할 것이며, 우리사회의 거침없는 발전과 변화를 위해 어디서든 주어진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청와대 연풍문을 들어설 때의 설렘과 다짐을 잊지 않고, 다시 그 문을 나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역사와 국민 앞에 늘 최선을 다하시던 대통령님과 청와대 식구들의 열정과 품격을 마음 속 깊이 새깁니다.

대한민국의 역사, 문재인정부의 역사를 거듭 생각하며 이제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갑니다.

늘 보내주시는 과분한 격려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새봄, 더 커진 하늘 아래 늘 강건하시고 평화하시길 소망합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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