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이 15일 일요일 저녁(미 동부 시간),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제로금리를 전격 채택하고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도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다시 제로금리가 된 건 2015년 말 이후 4년3개월 만입니다.
그만큼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상황은 심각합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석유전쟁까지 터져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미 셰일업체들은 벼랑끝에 몰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잔뜩 몰려있는 미 하이일드 채권시장은 전체 금융시장을 흔들 '뇌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Fed가 초대형 완화정책을 퍼붓는 이유입니다.
한경TV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① 미 중앙은행(Fed)가 제로금리로 기준금리를 기습 인하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전해주시죠.
Fed가 미 동부시간 오후 5시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 뒤 기준금리를 제로로 전격 인하했습니다. 또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 프로그램도 발표했습니다. 오는 17~18일 열릴 예정이던 3월 FOMC를 앞당겨 개최한 뒤 이런 내용을 긴급 발표한 것입니다.
Fed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지역 사회에 피해를 입히고 경제 활동을 방해했다”면서 "미국 경제가 최근의 사태를 극복하고 최대 고용 및 물가 안정성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할 때까지 금리는 계속 제로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연 1~1.25%에서 연 0~0.25%가 됐습니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전화)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미국의 ‘적절한’정책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없다는 뜻입니다.
Fed는 또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도 내놓았습니다. 향후 몇 달간 최소 5000억달러를 투입해 국채를 사들이고, 또 모기지 채권도 2000억달러 어치 이상을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채권 매입은 당장 16일부터 400억달러 규모로 시작됩니다.
이는 제로로 떨어진 기준금리에 맞춰 시중금리도 떨어뜨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사태에 어려워진 기업이나 모기지 이자를 내야하는 미국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위해 Fed는 은행 대상의 할인 창구에서 긴급 대출 금리를 1.5%포인트 내려 연 0.25%로 낮췄고, 대출 기간도 90일로 늘렸습니다. 또 수천 개의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금 요구비율을 '0'으로 낮췄습니다.
Fed가 저금리에 돈을 대줄테니, 은행들도 제한 없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돈을 충분히 빌려주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흔들리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도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기존에 통화스와프협정을 맺고 있는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등 5개 중앙은행과 논의해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새 스와프 금리는 달러 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OIS) 금리에 0.25%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내려가게됩니다.
대출 기간도 늘립니다. 이들은 기존의 1주일 단위인 스와프 오퍼레이션에 새로운 84일 만기 오퍼레이션을 추가하리고 했습니다. 이들 은행은 이제 달러를 원하는 자국 은행들에게 개선된 조건으로 달러를 공급하게 됩니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각국에서는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증했는데, 달러를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날 열린 긴급 FOMC 회의에는 10명의 위원이 참석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 등 9명은 찬성했지만, 매파 성향의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면서 제로금리에 반대했습니다.
최근 월가에서는 Fed가 오는 18일 제로금리를 채택할 것이란 예상이 점점 힘을 얻어왔습니다. 이달 초만 해도 씨티그룹만이 오는 4월까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내릴 것이라고 봤는데 지난주 JP모간과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ING, 스탠더드차터드 등이 모두 제로금리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에서 Fed가 왜 총알을 아끼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이번 주말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마이너스 5%로 바꾸고 2020년 연간으로 제로 성장을 전망하는 등 미국의 경기 전망은 극도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는 만큼 어차피 내릴 금리를 이번에 아예 다 내린 뒤 앞으로는 양적완화로 대응해야한다는 주장이었죠.
이런 주장을 Fed가 전격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Fed가 이틀 뒤 열릴 정례 FOMC 대신 주말에 전격적으로 긴급 회의를 열어 대응한 것은 지난 금요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언으로 살려놓은 뉴욕 증시의 반등 모멘텀을 살리려는 노력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면 심리가 냉각되면서 침체가 더 빨리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② 코로나19가 미국에서도 급속히 퍼지며 지난주 미 증시의 변동성이 극심했습니다.
지난주는 미 증시의 변동성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커졌던 한 주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미 경제가 침체로 빠질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의 확산은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절망과 "Fed의 완화정책과 미 행정부의 적극적 재정 정책이 어우러진다면 위기를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바이러스가 잡히는 건 시간 문제이며, 결국 시장은 반등할 것이다"란 희망이 맞부딪히고 있는 탓으로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주식뿐 아니라 채권, 금, 달러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특정한 방향성 없이 요동쳤습니다.
지난주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가 12일에는 1987년 이후 최대 하락폭인 10% 내리고, 이틑날인 13일는 11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인 9% 반등하는 등 시소를 탄 끝에 결국 주간으로는 10% 하락했습니다.
통상 이렇게 위험자산이 흔들리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나 금은 오르는 게 상식인데요. 지난주 금은 2011년 이후 최대인 9.3%나 폭락해 올해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금을 따라가는 은 값은 16%나 추락했습니다. 미 국채도 지난주 월요일인 9일 연 0.38%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나흘 연속 폭락하면서 지난 13일 장중 연 1%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산가격의 급변은 시장 곳곳에서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과 청산매매(마진콜에 응하지 않으면 거래소가 강제로 반대매매하는 것)를 불렀습니다.
돈을 분산해 여러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놓은 펀드들은 서너개 자산이 폭락하자 값이 오른 일부 자산까지도 팔아서 손해를 메우고 디레버리징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각국에서 이런 상황이 생기고, 게다가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금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크게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이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부르고 환율과 금리를 매개로 한 각국간 해외투자를 다시 꺼꾸로 돌리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 동안 이어질 것이란 게 월가의 전반적 시각입니다.
이날 Fed가 5개 중앙은행과 달러 스와프 조건을 개선해 추가 달러 공급에 나섰지만, 달러 공급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는 곳은 주로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많은 만큼 어느 정도나 불안감이 해소될지 주목됩니다.
③ 이번 주에 눈여겨봐야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와 미국 경기를 위협할 것이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대응에 나서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그 사이에서 많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Fed는 오는 17~18일 FOMC 회의를 미리 앞당겨 개최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내리고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가 지속적 상승 기조로 반전할 지는 불투명합니다. 다우 선물은 Fed의 발표 직후 1000포인트 넘게 폭락하고 있습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지적했듯이 "저금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Fed가 이렇게 빨리 모든 카드를 소진해도 되는 가에 대한 의문도 상당합니다. 아직도 바이러스와의 긴 전쟁이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하루에 확진자가 3590명, 사망자가 368명이 나왔습니다.
뉴욕에서는 맨해튼 전체를 봉쇄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월마트는 곳곳에서 사재기로 인해 상품 재고가 떨어져 영업시간을 줄이는 상황입니다.
지난주 미 하원을 통과한 코로나 지원법안은 이번주 상원에서 가결될 것으로 보이고, 16일에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정상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화상회의를 엽니다. 이 곳에선 “최선을 다하자”는 수준의 공조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지표로는 17일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19일 주간실업급여청구 건수가 나옵니다. 주택관련 지표인 신규주택건설(18일), 기존주택 매매(20일)도 발표됩니다. 월가에서는 경제 활동 중단으로 인한 기업의 해고가 언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지표에 나타날 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도 중요합니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부에 전략비축유 매입을 지시했다고 밝힌 뒤 잠깐 8%까지 반등했다가 결국은 소폭 상승세로 마감했는데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모두 호락호락 증산 전쟁에서 물러설 사람들이 아닌데다 러시아의 최종 목표가 결국 미국의 셰일업계 타격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러시아 재무부는 유가가 배럴당 25~30달러까지 떨어지더라도 향후 6~10년간 재정 운영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국부펀드 자금이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가가 계속 떨어지면 미 셰일업체들이 몰려있는 미 하이일드 채권시장에서 신용 경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Fed가 대대적 유동성 투입에 나선 건 이런 하이일드 시장의 경색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지 우려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전쟁에 대응해 전략비축유 매입에 나섰고 원유에 대한 10%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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