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일부 턴 카카오…"경영권과 관련 없다"

입력 2020-03-16 15:04   수정 2020-03-16 15:06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간주되던 카카오가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일부 처분했다. 한진칼 정기주총이 열흘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카카오가 지분 처분과 함께 중립을 지킬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변수가 될 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등 이른바 ‘반(反) 조원태 3자 주주연합’(이하 3자 주주연합)이 장기화되는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추가 지분 매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1% 이하로 낮췄다. 카카오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러 비핵심자산을 매각했다"며 "세부 매각내역을 밝히긴 어렵다"고 전했다.

앞서 카카오는 작년 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가량을 매입했다. 올해 들어서도 추가 지분을 매입해 한진칼 보유 지분이 2%에 육박했으나 재차 지분을 덜어낸 것이다.

카카오는 그동안 대한항공과의 사업적 협력 강화 차원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고 선을 그었으나 재계에서는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KCGI 측이 김범수 이사회 의장에게 3자 주주연합의 지지를 제안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며 "한진그룹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나 백기사 등 역할을 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 지분율 1.00% 추정)가 빠지면 조 회장 진영의 지분율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조 회장(지분율 6.52%),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00%) 등이 보유한 32.45%로 추산된다. 지분 3.8%를 보유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가 의결권 행사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나 조 회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3자 주주연합 측이 확보한 지분은 KCGI 17.29%, 반도건설 8.28%, 조 전 부사장 6.49% 등 총 32.06%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국민연금(2.9%)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재계에서는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한 만큼 이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ISS는 지난 13일 회원사에 보낸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 의견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 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ISS는 한진칼이 추천한 사외이사 5명 중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3명 대해 찬성 의견을 냈다.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의 경우 "경험이 중복되는 후보자"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ISS는 3자 주주연합이 제안한 7명의 이사 후보 중에서는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만 찬성 의견을 냈다.

KCGS의 경우 조 회장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으나 3자 주주연합 측 후보엔 ‘기권(불행사)’을 권고했다.

양측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정기 주총을 앞두고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올 들어 꾸준히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선 만큼 27일 정기 주총 이후에도 양측의 분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오정민/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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