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명의로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독명의 대신 공동명의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대폭 인상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추세가 더 확대될 것으로 세무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공동명의 사상 최대
1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소유권이전이 신청된 집합건물 13만8756 개 중 33.5%(5만3704개)가 공동명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28.3%·2만9914개)과 비교하면 5%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비율과 건수 모두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종전 최고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직전인 2018년 3월 집계된 31.6%(5만2538개)였다.
매매거래에서 공동명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엔 20% 중후반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선 줄곧 30%를 넘기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매수자들이 공동명의를 선택하고 있다고 세무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별 과세인 종부세는 주택 명의 분산 만으로도 세금이 크게 줄어드는 까닭이다.
9억원 이상(공시가격 기준)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는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소유자 한 사람당 6억원(1주택 단독명의는 9억원)을 기본으로 공제한다. 예컨대 공시가격 12억원짜리 아파트를 단독 소유하고 있다면 공시가격과 단독명의 공제분(9억원)의 차액(3억원)에 대해 세금을 따진다. 하지만 부부가 공동명의로 소유할 경우 기본공제가 ‘6억+6억’으로 늘어나 아예 종부세를 물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명의 분산으로 과표를 낮춰야 세액 또한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등기에선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외에도 상가와 오피스텔 등이 집합건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주택을 제외한 유형에선 공동명의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동명의 거래는 주택에서 이뤄진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토지는 80억원을 넘어야 종부세 대상이 되는 만큼 거의 해당 사항이 없다”며 “주택이 아닌 건물의 경우엔 임대소득세 절감 목적의 공동명의 등기가 종종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강남은 10채 중 8채가 공동명의
공시가격 9억 이상 고가 아파트가 20만 가구를 넘는 서울은 공동명의 거래 비중도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된 집합건물(2만4734건) 가운데 44.2%(1만3176건)가 공동명의였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선 지난달 3438건의 소유권이전 가운데 공동명의가 78.0%(2683건)를 차지했다. 신만호 압구정 중앙공인 대표는 “매수자의 90% 이상이 공동명의를 선택한다”며 “절세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이 지분을 5 대 5로 설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배우자의 자금출처 증빙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공동명의를 원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마포·용산·성동구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강북 지역에서 공동명의가 늘고 있다. 실거래가격이 16억원을 웃도는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기준 공시가격이 8억 중반대여서 종부세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종부세 과세가 확실시된다. 아현동 B공인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만큼 매수자들이 선제적으로 공동명의 절세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부담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공동명의 부동산 취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종부세의 공제 범위를 줄이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세율·세부담상한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호용 미르진택스 대표는 “공동명의의 경우 향후 양도세를 따질 때도 누진세율과 인별과세 측면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며 “신규 취득이 아니라 이미 소유한 부동산을 공동명의로 전환한다면 증여세 등 부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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