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빅컷'도 약발 안 먹혀…"美 2분기 성장률 -5%로 추락할 수도"

입력 2020-03-16 17:25   수정 2020-06-14 00:02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응이 절망적 신호인 데다 3주 만에 모든 탄약을 소진했다.”

Fed가 15일(현지시간) 제로금리를 선언한 직후 뉴욕증시의 다우선물 등 주가지수선물이 일제히 가격제한폭(5%)까지 곤두박질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놓은 분석이다. Fed의 조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났고, 통화정책 등 경제정책만으론 코로나19가 유발한 공포심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게 월가의 반응이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Fed가 돈으로 가득 채운 바주카포를 날렸다. 하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돈으로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는 없다. 오로지 시간과 백신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처방

이날 Fed의 조치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격적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선 Fed가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시기를 사흘이나 당겼다.

조치의 강도도 높았다. 이날 Fed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제로금리와 7000억달러의 양적완화(국채 등의 매입)다. 기준금리는 연 1.00~1.25%에서 연 0.00~0.25%로 1%포인트 낮아졌다. 시장에선 1%포인트 인하가 가능할지 일말의 의구심이 있었지만 Fed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이로 인해 미국의 2015년 12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제로금리로 다시 돌아갔다.



7000억달러의 양적완화 역시 대규모다. 양적완화는 국채나 회사채 등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 Fed는 1차로 6000억달러를 투입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더 양적완화에 나섰다. 이번엔 1000억달러를 더 썼다. 또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규모의 양적완화를 할 것이란 게 Fed의 방침이다. 다만 기준금리는 제로 수준인 만큼 더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준금리 인하 후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의 스트레스는 경제 전반에 파급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Fed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전 세계에 달러를 풀기로 했다. Fed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는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등 5개 중앙은행과 논의해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또 기존의 1주일짜리 스와프 외에 84일짜리 스와프도 새로 만들었다. 앞서 WSJ는 Fed가 한국 대만 등의 중앙은행과도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 “통화정책만으론 불충분”

이번 발표가 나온 뒤 뉴욕 3대 주가지수의 선물인 다우선물, 나스닥선물, S&P500선물은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냈다. 한때 가격제한폭인 5%까지 추락했다. 이 때문에 거래가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이 영향을 받아 한국 일본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월가는 코로나19의 본질적 대책은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만으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다 하더라도 집에 머물러 있으면 소비가 안 되고, 이 때문에 생산 유통 등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파월 의장도 “Fed는 실직자나 소기업에 직접 도달할 정책 수단이 없다”며 “정부와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정책 역시 흔들리는 경제를 막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2분기에 최고조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3분기와 4분기에 다소 회복한다 하더라도 올 한 해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 전망치 1.2%에서 대폭 낮춰 잡은 것이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20년 첫 6개월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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