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내 기준금리가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섰다. 기준금리 사상 처음으로 0%대 영역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30분께 임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데다 금융시장의 변동성까지 고조된 탓에 금통위가 '빅컷'(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 대응책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행인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건 19년 전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두 차례뿐이다.
금융시장은 당초 오는 17~18일께 임시 금통위를 열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런데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말 오후인 15일(현지시간) '2차 빅컷'과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 조치를 단행, 금통위원들 간 논의를 거쳐 회의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ed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내린 데다 70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또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 역시 연 0.50~0.75%에서 연 0.25%로 내리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면 한은이 사후적으로 은행의 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유동성을 충분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개시장운영 대상 증권에 은행채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를 통해 결정된 변경 금리는 1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코로나19로 번지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경기 우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상황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에 복합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경제가 'V'자 회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정현영 /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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