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자본금 한도를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5배 늘린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명예퇴직 실시와 유급휴직 검토 등 고정비 절감 조치를 한데 이어 자본시장에서 ‘실탄 확보'에도 나서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30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발행주식 총수의 한도를 현재 4억주에서 20억주로 늘린다고 공시했다. 자본금의 한도도 2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어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유상증자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의 발행한도를 각각 기존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는 안건도 상정했다. CB는 일정 기간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며, BW는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사채보다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두산중공업이 CB와 BW에 대한 투자를 적극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서게 된 건 유동성에 대한 시중의 우려를 차단하고 적극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 회사채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발행한 6000억원 규모의 외화공모사채는 다음달 만기를 맞는다. 지급보증을 섰던 수출입은행의 대출을 통한 해결이 유력하다. 2017년 발행한 BW에 대한 일부 조기상환 청구를 염두에 두고 두산중공업이 정기 주총에서 CB, BW 한도를 늘리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다른 계열사들의 지원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우려가 일고 있다. 자회사의 어려움이 모회사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더라도 지주사를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은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부진에도 매출 18조5357억원, 영업이익 1조2619억 원으로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도 2018년과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거두었다. 두산건설은 전년 대비 매출은 15% 증가한 1조7819억원에 영업이익은 81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최근 두산중공업을 둘러싼 우려를 키운 '휴업 조치'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일부 휴업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휴업’이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휴업은 휴직과 같은 조치인데, 어감상 ‘조업 일부 중단’이라는 오해를 샀다”면서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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