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이오아이에서 구구단으로, 또 배우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온 세정이 솔로 가수로의 출발을 알렸다. 그간 '꽃길', '터널', '사랑의 불시착' OST '나의 모든 날'을 통해 보컬리스트로서 가능성을 입증해온 그는 지난 17일 데뷔 후 첫 솔로 앨범 '화분'을 발매했다.
시작부터 포부가 남다르다. 보컬리스트를 넘어 싱어송라이터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화분'에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오늘은 괜찮아', '스카이라인(SKYLINE)', '오리발', '꿈속에서 널'까지 총 다섯 트랙이 실렸는데 세정은 타이틀곡을 제외한 수록곡 전곡을 작사, 작곡했다.
세정은 "작사, 작곡까지 같이 해서 이번 앨범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부터 큰 틀까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앨범 준비를 했다"며 "너무 많은 애정을 쏟으니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기쁜 마음이 더 크다. 이걸 시작으로 많은 분들이 '앞으로 세정이 이런 음악을 할 거구나'라고 알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화분'은 화분에 담긴 작은 생명에게서 받은 감정을 풀어낸 발라드 곡으로 선우정아가 작사, 작곡했다. 타이틀만 자신의 곡으로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세정은 "전문가를 믿고 따르는 편"이라며 웃었다. 이어 "처음 도전하는 작사, 작곡이라 걱정이 많이 돼 타이틀까지 내 것으로 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었다. 고칠 점들을 파악하고 바로 잡은 후에 타이틀에 도전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선우정아 선배님의 곡을 부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정말 기뻤다"고 전했다.
선우정아는 평소 존경하던 가요계 선배였다고. 세정은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할 때부터 정말 좋아했다. 노래 스타일도 배울 게 많다. 회사에서 어떤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싶은지 물어봐서 바로 선우정아 선배님을 이야기했다.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나를 위해 곡을 따로 써주셨다. 누가 봐도 이 곡이 타이틀로 적절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 곡의 가이드를 선우정아 선배님이 직접 불러주셨는데 듣자마자 '내가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하나'라는 걱정이 들더라. 하지만 특색있는 분들의 노래를 직접 바꿔부를 때 더 재미가 있어서 내 느낌으로 풀어보자 마음 먹고 불렀다"고 밝혔다.
노래하는 세정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메시지는 위로, 그리고 힐링이다. 앞서 따스한 감성이 깃든 솔로곡 '꽃길', '터널'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영향일 테다. '화분' 역시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은 위로다. 세정은 "내가 가져가려는 타이틀은 위로다. 곡마다 조금씩 느낌은 다르지만 결국에는 전부 위로를 하고 있는 가사를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하며 "칭찬 듣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앞선 솔로곡들을 많이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앨범 작업을 했다"고 털어놨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후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를 거쳐 구구단으로 활동했고, 배우로도 활약하며 쉼 없이 달려온 세정이었다. 자신 역시 번아웃을 경험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위로와 희망의 의미를 더욱 세심하게 되새기며 노래에 실을 수 있었다. 세정은 "회사에 얘기해서 한 달 정도 길게 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그 시간 자체가 두려움을 느끼게 하더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더 두려웠다. '사람들이 날 잊으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에 괴로웠는데 글을 쓰고, 작곡 공부도 하면서 스스로를 발전시키니까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고백했다.
해당 기간 동안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연예계 절친인 그룹 트와이스 지효와 여행도 다녀왔지만 결국 스스로를 일으켜세운 건 세정 본인이었다고. 세정은 "그 당시 6개월 뒤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곧 있으면 앨범도 나올 것 같은데 이대로 있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는 내용을 적었다. 꿈꿔왔던 걸 한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편지를 쓴 게 다시 멀쩡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나의 첫 앨범. 작사 영감은 어디서 얻었을까. 세정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휴대폰에 적어둔다. 길게 글을 쓰고 싶을 땐 노트북을 켜서 적어 놓는다"면서 "정말 가사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림책을 펼쳐서 보기도 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신선하더라"고 전했다.
물론 그 여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세정은 "내가 모든 걸 혼자 하려니 자꾸 타협하게 되더라. 녹음을 하면서도 '이쯤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게 과연 옳은 건지도 판단이 안 섰다"면서 "그래서 더 선우정아 선배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녹음을 할 때 가사에 대한 이해와 곡의 흐름 등을 다 납득시켜줬다. 그러니 노래를 부르기도 더 수월하더라. 작곡을 하면 내 곡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줄 알아야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사, 작곡도 꾸준히 해야겠지만 노래 연습을 하면서도 느낀 게 많았다. 걸그룹 멤버로 부르는 짧은 파트에 안주해있는 것 같았다. 음색이나 성량을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세정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목표를 밝혔다. 그는 "내 노래를 쓰면서 동시에 구구단 노래를 같이 쓰고 있다. 구구단도 꼭 다시 활동할 것"이라면서 "내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0년에 작사는 10개, 작곡은 5개 이상 만들 것"이라면서 "3년 안에 라비 선배님처럼 되는 게 목표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같은 소속사 선배인 그룹 빅스 라비는 빅뱅 지드래곤 다음으로 아이돌 중 가장 많은 자작곡을 보유한 아티스트다. 꾸준한 곡 작업을 통해 음악적 성장을 일궈낸 그는 힙합레이블을 설립하기도 했다. 특히 라비는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때는 내는 곡수만큼 성과가 없는 것 같아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라비라는 가수가 200곡 째에 히트하는 가수일 수도 있고, 300곡 째에 히트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거기까지 안 가보면 모르지 않느냐. 물론 히트곡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즐겁기 때문에 괜찮다"는 명언을 남겨 모두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세정 역시 이 말에 동의했다. 그는 "큰 것에 대한 기대는 언제나 있다. 야망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곡을 쓰다 보면 어떤 게 정답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수록곡으로 썼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이게 타이틀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또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공개가 되지 않더라도 곡을 많이 써봐야한다고 생각했다. 라비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다. '남을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단어를 쭉 나열해서 그에 맞게 하나씩 써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주더라"고 했다.
세정은 "가수가 뮤직비디오를 찍고, 편곡까지 해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게으름이 있지 않느냐. 타협이 계속 일어난다. 꾸준히 자기를 발전시킨다는 게 정말 멋있는데 나도 꼭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화분'을 어떤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지 묻자 "내가 제대로 다시 듣고 싶다"고 답했다. 세정은 "이 곡을 쓸 당시에도 나를 위로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타인을 토닥인다고 해도 결국 그게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공감을 얻으려면 나 자신을 먼저 위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활동을 하다보면 또 힘든 순간이 올 수도 있는데 앨범을 차분히 다시 한번 들으며 힐링해 볼 생각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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