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 고수들은 거리감보다 방향성…대세가 된 '말렛 퍼터'

입력 2020-03-18 15:22   수정 2020-03-18 15:24

‘말렛 퍼터’ 전성 시대다. 세계 유명 골퍼들이 우수성을 입증하면서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의 부활 배경에는 말렛 퍼터가 있다. 매킬로이는 2년 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퍼팅으로 얻은 이익타수가 97위(0.060타)에 불과했다. 말렛 퍼터인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X를 들고 나온 지난해에는 이 부문 24위(0.425타)까지 올라섰다. 여자골프 고진영(25)은 이 모델을 사용한 뒤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PGA투어 퍼트 순위 상위 50명의 말렛 퍼터 사용률이 블레이드를 앞질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경우 말렛 퍼터 사용률이 70%를 넘어섰다.


선수들이 점점 말렛 퍼터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는 방향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말렛형 퍼터는
블레이드형 퍼터에 비해 거리감은 떨어지지만 방향성은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매일 수천 번 퍼팅 연습을 하는 프로골퍼들은 거리감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편이다. 말렛 퍼터는 공이 스위트스폿을 벗어나 빗맞더라도 퍼터 헤드가 덜 뒤틀려 방향성이 좋은 편이다.

용품사들의 신제품 출시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퍼터 명가’ 스카티카메론의 경우 올해 출시한 ‘스튜디오 셀렉트 라인’ 8종 중 5종을 말렛형으로 만들었다. 핑의 경우 지난해 13개의 말렛형 퍼터를 출시했다. 블레이드형은 8개였다. 이 때문에 전체 퍼터 매출의 73%가 말렛 퍼터에서 나왔다. 캘러웨이골프도 올해 퍼터 신제품 중 70%가 말렛형 퍼터다.

클럽 헤드 뒷부분이 튀어나온 말렛 퍼터의 장점은 뚜렷하다. ‘일(-)자’ 모양의 블레이드형 퍼터보다 관용성에서 뛰어나다. 큰 헤드에 무게가 고르게 분포돼 있어서다. 이 덕분에 임팩트가 페이스 중심을 다소 벗어나도 방향성에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헤드에 그려진 큰 ‘가이드 라인’도 쉽게 어드레스를 하도록 도와준다. 페이스 면이 블레이드에 비해 관성모멘트(MOI)가 크고, 뒤쪽으로 넓적한 형태라 타깃을 향해 얼라인먼트를 하기가 쉽다는 점도 말렛 퍼터만의 강점이다. 몸과 클럽 페이스가 직각이 되도록 정렬하는 것도 말렛 퍼터가 훨씬 용이하다.

이처럼 장점으로 가득한 말렛 퍼터지만, 블레이드 퍼터와는 사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본래 작은 아크를 그리면서 스트로크하도록 제작된 블레이드 퍼터와 달리 말렛 퍼터는 스트로크 궤도가 일직선이 될수록 유리하다. 블레이드 퍼터는 스트로크를 하는 동안 헤드 앞쪽인 토(toe) 부분이 많이 열렸다 닫히며 회전한다. 샤프트와 헤드를 잇는 넥(neck·목) 부분이 헤드 뒤쪽인 힐(heel)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투인’ 궤도가 더 어울린다. 하지만 말렛 퍼터의 경우 넥이 헤드 가운데에 있는 경우가 많다. 가능한 한 퍼터 헤드를 타깃라인과 일자(-)로 맞춰 스트로크해야 하는 이유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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