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금융지주사 CEO 연임 '정조준'

입력 2020-03-19 09:30  

≪이 기사는 03월19일(09:0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사의 주주총회(주총) 안건 검토에 들어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우리금융) 회장 등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에 대한 찬성 여부가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열고 신한금융, 우리금융을 비롯해 만도 등 복수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한다.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을 위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기업 57곳 가운데 주총이 눈 앞으로 다가온 기업들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수탁위는 국민연금 주요 투자기업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및 공개 중점관리 기업 선정 등 주주활동을 자체 결정하는 기구다.

이날 수탁위를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국민연금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두 대형 금융지주사의 CEO 연임에 어떤 의견을 낼지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의 최대주주이자 우리금융의 2대 주주로 각각 지분 9.76%, 8.82%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신한은행 채용 비리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사태의 책임을 물어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마련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사안’이 발생한 기업을 주주활동의 대상으로 삼는다. 1심 판결이나 검찰 기소 등 국가기관의 1차 판단이 요건으로, 국가기관의 범위엔 금융당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포함된다. 관련 사건이 발생한 금융지주사 CEO의 연임 안건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조 회장과 손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기관투자자들에 권고했다. 이에 캐나다연금(CPPIB), 플로리다연금(SBA of Florida)등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우리금융에 대해선 브리티시컬럼아주 투자공사(BCI),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TP), 플로리다연금, 캐나다연금 등 네 곳이 손 회장 연임에 반대했다.

3년 전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등기임원의 지위를 유지했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한라홀딩스, 만도, 한라 등 계열사 사내이사 연임이 가능할지도 경영계의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2017년 한라홀딩스와 만도 주총에서 정 회장의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주주가치 훼손 이력과 장기 연임, 이사회출석률 저조 등이 당시 국민연금이 든 반대 이유였다. 국민연금은 그룹 지주사인 한라홀딩스 지분 13.87%와 주력 계열사인 만도 지분 14.02%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만도의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 18일 정기주주총회에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했다. 해외 연기금 6곳이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기아차 등 다수 계열사 등기이사에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표를 던진 것과는 다른 결과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현대제철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그 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직을,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대림산업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등 기업 오너 경영자들은 올해 주총을 앞두고 겸직해오던 기업의 수를 줄였다. 롯데쇼핑과 대림산업 역시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항목으로 분류한 기업들이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판단 기준이 복합적이라 결국은 사안별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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