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브러더스 파산’ 시점인 2008년 9월 말(2396억7000만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외환보유액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만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당국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상당히 유효한 수단이고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훌륭한 안전판”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는 든든한 안전망이 될 것”이라며 “(재개를 위해) 내막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의 경우 통화스와프 전문가인 유상대 부총재보가 ‘키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국제협력국장을 지내며 2017년 10월 중국과의 560억달러 통화스와프 만기 3년 연장을 시작으로 그해 11월 캐나다와 만기 없는 상설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작업을 주도했다. 기재부도 국제금융 라인을 중심으로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이끌어냈던 당시 경제팀의 추진력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은 현재 유럽연합(EU), 스위스, 일본, 캐나다, 영국 등과만 스와프계약을 맺고 있다. 2008년에도 그랬다. 그해 9월 정부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작업을 추진했지만 미 정부의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하지만 기재부는 미 금융시장의 유력 인사인 빌 로즈 전 씨티그룹 부회장 등을 움직여 재무부를 공략하는 ‘우회 작전’을 썼다. 한은은 당시 돈 콘 미 중앙은행(Fed) 수석부의장과 담판 짓는 ‘정공법’을 쓴 끝에 2008년 10월 30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이끌어냈다. 출렁이던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동맹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진 측면도 있다”며 “정부가 모든 외교적 역량까지 투입해 성사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익환/서민준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