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고민정, 文 대통령과 통한다고? 믿을 건 본인 능력"

입력 2020-03-24 09:06   수정 2020-04-09 09:09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보수의 무덤 서울 광진구을에 도전장을 냈다. 광진을은 선거구가 처음 만들어진 15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단 한 번도 보수 인사가 당선된 적이 없는 지역이다.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사퇴 후 9년의 정치 휴지기를 가졌다. 지난 총선에선 종로에서 뼈아픈 패배도 있었다. 이번에도 낙선한다면 정치적 생명이 끊어질 위험까지 있다.

상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정치 신인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를 앞서고 있다. 다음은 오 후보와의 일문일답.

▷ 지난 총선에선 종로에 출마했다. 광진을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제가 광진구 근처에서 태어났다. 광진구는 어렸을 때 뛰어 놀던 곳이다. 시장 임기 마치고 다시 광진구에 돌아와 지금까지 거주해왔다. 광진구는 입지 조건이 좋음에도 발전하지 못한 지역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곳이다. 당의 요청도 있었다. 광진을은 그동안 보수 후보가 한 번도 당선 된 적이 없는 지역이다."

▷ 약 9년 간 야인 생활을 했다. 이번에 낙선하면 정치적 타격이 크다. 험지 출마에 두려움은 없었나.

"이제 저도 책임 있는 위치에 와 있는데 선거하기 편한 곳만 고집할 수 없다. 험지 출마는 어려운 만큼 보람도 있다."

▷ 당내 험지 출마를 거부한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그분들을 제가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험지 출마는 제3자의 강요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아무리 험지라지만 정치 신인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너무 큰 격차로 밀리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고 후보에게 오차 범위 밖으로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여론조사를 자세히 보니 표본이 잘못됐더라. 과대하게 여당 지지자들이 많이 포함된 조사였다."

▷ 고민정 후보와 비교할 때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저는 벌써 1년 전부터 광진을 출마를 준비해왔다. 지역민들과 동거동락하면서 가장 절실한 현안 무엇인지 파악했다. 정서적으로도 교류가 있었다. 반면 고 후보는 최근에야 지역에 내려왔다. 지역민원을 해결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갈등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서울시장으로 근무하며 복합행정을 해봤던 제가 그런 부분에서는 훨씬 더 뛰어나다."

▷ 고민정 후보는 이번 선거를 '올드보이' 대 '차세대 정치인'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본인은 이번 선거를 어떻게 규정하나.

"'무경험' 대 '경륜'의 대결이라고 규정하겠다."

▷ 광진을 선거 승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지역현안은 무엇인가.

"어떤 후보가 아이 키우기 좋은 생활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광진을 선거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본다. 이런 부분은 서울시장으로서 복합행정을 해본 제가 적임자다."

▷ 고 후보는 본인이 대통령과 통하는 사람이라 많은 예산을 따올 수 있다고 한다.

"2년 뒤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 허무한 이야기다.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본인 실력이 더 중요하다. 같은 당 소속이니까 다들 도와줄 것 같지만 2년 뒤에는 모든 정치 환경이 100퍼센트 다 바뀐다. 믿을 건 본인 능력과 노하우 밖에 없다. 그런 발상을 한다는 자체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 文 정부 3년은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성공적이었다고 보나.

"최소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경제가 이렇게 주저앉지는 않았다. 이 정부 들어 어려운 분들이 더 어려워졌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었다. 두 분이 현재 감옥에 있지만 정책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
▷ 당내 대권 잠룡으로 분류된다. 당선되면 중앙정치에만 몰두하는 것 아닌가.

"그런 시선 때문에 중앙 정치와 관련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우리 캠프에서 대권은 금기어다. 광진을에 내려온 후 중앙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지역구 골목만 누비면서 살았다."

▷ 지난 총선에서 다른 지역구까지 챙기는 여유를 부리다 졌다는 평가가 있다.

"제가 당시 서울 지역 선대위원장이었다. 바로 옆 동네에서 도와달라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일정이 2~3개 쌓이니까 오세훈이 오만을 떤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차 싶어서 바로 그만뒀는데 이미 늦었더라. 그런 부분도 있었지만 지난 총선 패배 요인은 '공천 파동'이었다. 공천 파동으로 우리당 수도권 후보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 9년의 정치 휴식기 동안 정치권을 바라보며 답답했던 점은 없나.

"그동안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정치인들이 노력해왔다. 최근에 오히려 지역주의, 진영논리가 강해지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아쉬웠다. 일부에선 묻지마 지지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정상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정책과 인물을 보고 판단해주셔야 한다."

▷ 어렵게 보수 통합을 했지만 기대한 것만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일단 코로나19 정국이 끝나야 뭘 하든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공천 국면에 가려져서 국민들에게 전혀 전달이 안 되고 있다. 공천도 마무리 됐으니 조만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공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초반기 공천은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중진들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김 전 위원장이 역시 경륜 있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무리한 공천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히 우려스럽다."

▷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치 휴지기 동안 정책 등을 충실히 준비했다. 준비된 후보에게 일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 제가 준비해온 정책과 비전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저 개인적으로 그렇고 국가적으로 너무 아까운 일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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