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수석부회장, 정몽구 회장 이어 현대차 이사회 의장 선임

입력 2020-03-19 13:16   수정 2020-03-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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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시대를 열었다.

현대차는 19일 제52회 정기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1년간 맡아온 의장직을 정 수석부회장이 계승하며 책임경영 체제가 구축됐다.


앞서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과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자동차 업계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차기 이사회 의장을 맡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고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재계 움직임에 현대차도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결정은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통한 위기 극복에 우선 순위를 뒀다는 의미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퍼지면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확진자 발생으로 멈춰섰고 체코 공장도 감염을 우려한 노조가 조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다임러, BMW, 포드, GM 등 세계적 기업들도 공장 가동을 멈추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충격을 받은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격이 폭락한 탓에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낮아졌고,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 수요는 줄어든 탓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올해 차량 판매가 10~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이사회는 생산과 판매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책임경영이 가능한 정 수석부회장이 의장직을 수행한다면 예상 외의 사태로 시시각각 악화되는 경영 환경에 적기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이사회 안건과 운영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업무 집행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사회의 전문성, 독립성, 투명성 강화는 지속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도 추가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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