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벽 쌓으려다 퇴짜 맞은 '트럼프 골프장'

입력 2020-03-19 18:10   수정 2020-03-20 02: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일랜드에서 체면을 구겼다. 자신이 소유한 해안가 골프장에서 진행하려던 해안 방벽 건설공사가 당국의 반대로 불발됐기 때문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아일랜드환경위원회(ABP)가 아일랜드 둔버그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앤드 호텔’(사진)의 해안 방벽 건설을 금지했다고 19일 전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760만파운드(약 112억원)를 들여 해안을 따라 높이 3m, 폭 15~20m, 길이 2.8㎞의 방벽을 건설하는 안을 계획했다. 그레그 노먼(호주)이 2002년 설계한 골프코스 가운데 세 곳의 홀이 대서양과 맞닿아 있어 모래언덕과 코스가 손실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방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통과시켰지만, 환경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위원회는 “골프장 인근에 있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선사 유적지 ‘캐로모어’를 보존하기엔 골프장 측이 제출한 계획이 부족하다”며 “3만8000만t에 달하는 돌과 자재로 방벽을 쌓으면 백사장과 관련 생태계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리조트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해 아일랜드 국빈방문 당시 이곳에 머물며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에게 정상회담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엔 영국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런던에서 비행기로 90분이나 걸리는 이 리조트에 머물게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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