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읽은 《배움의 발견(Educated)》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30대 젊은 여성인 타라 웨스트오버의 회고록이다. 그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로 공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 때문에 16세까지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했다. 웨스트오버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정해 놓은 울타리 밖의 삶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독학으로 대학에 진학한 후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배움의 과정이 감동 깊게 기록돼 있다. 숨기고 싶었을 것 같은 과거의 상처들도 솔직하고 거침없이 고백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을 ‘모든 사람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의 극단치가 어떤 모습일지를 기록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가 이뤄낸 ‘홀로서기’는 나 같은 보통사람에게는 거의 소설과 같이 들렸다.
30년 가까이 강단에 서다 보니 요즘은 대중 앞 단상에 올라가는 일이 그렇게 겁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원래 내가 마이크 체질은 아니다. 학창시절 앞에 나서야 할 때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소극적이었던 청소년기에는 미래에 대한 꿈도 별로 없었다. 그랬던 내가 고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만난 후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매일 영어와 수학 문제를 손수 펜으로 써서 숙제로 내주시고 다음날 채점해 돌려주시는 열정과 관심에 힘입어 성적도 오르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변해 갔다.
조직 생활을 하는 것보다 혼자 일하는 것이 좋아서 대학 졸업 후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다. 타고난 소심함은 박사학위 논문 발표를 계기로 많이 극복됐다. 지도 교수인 킬스트롬 박사는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내 등을 두드리며 “오늘 발표하는 주제에 관해 너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은 이 세미나실에 없다. 자신감을 갖고 네 주장을 전달하면 된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 말에 나는 떨리지 않고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삶에 대응할 수 있는 변화와 성장은 배움을 통해 이뤄진다. 웨스트오버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줬고, 내게는 자신감을 키워 줬다. 배움은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 우리가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게 이끌어 준다. 이는 학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매순간 배움의 기회를 만나며 이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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