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논설실] 패닉에 빠진 ELS 투자자들…"기적 생환 기다려라" 전문가들의 조언

입력 2020-03-20 09:30   수정 2020-05-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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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계증권(ELS)은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나 특정 종목 주가를 통상 6개월에 한 번씩, 최장 3년간 가입시점과 비교해 정해진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수익을 내는 금융투자 상품입니다. 6개월마다 돌아오는 상환기회 때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시점의 80∼90% 위에 있으면 연 5∼10%의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이 조건을 한 번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만기(3년)에 도달할 경우 가입기간 중 한 번이라도 50∽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역시 수익을 얻습니다.

반면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손실이 납니다. 기초자산이 가입기간 중 한 번이라도 가입시점의 50∽60% 밑으로 내려가면 손실가능구간(녹인 배리어)에 접어든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 경우 이후 돌아오는 상환기회 때 기초자산이 가입시점의 80∽90%이상으로 올라와야 합니다. 그러지 않은 채 만기를 맞이하면 손실이 확정됩니다.

105兆 ELS 코로나19에 ‘덜덜’

ELS는 ‘쥐꼬리’ 은행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것으로 인식돼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떠올랐습니다. 20일 기준 발행 잔액이 105조원에 달합니다. 1월 말 기준 1년 이상∽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453조원)의 23.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는 S&P500?닛케이225?유로스톡스50 등 전 세계 주요 지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목들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상품이 안 좋은 쪽으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를 일 또한 드뭅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10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한 글로벌 증시 급락기에는 사정이 달라지지요. 엄청난 투자 규모로 인해 파장 또한 큽니다. 코로나19발(發) 글로벌 증시 충격으로 손실가능구간에 진입하는 ELS 상품들이 속속 등장해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상품은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중 녹인 배리어 60%짜리입니다. 유로스톡스50지수은 올해 1∽2월에 3600∽3900에서 움직였습니다. 2월 중순에 3800을 돌파해 정점으로 치솟았다가 ‘코로나19 충격’으로 급전직하했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최저점인 2358.82로 추락했지요.

하락률이 40%를 넘어 연 초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가입자들 중 상당수가 1∼2개월 만에 손실가능구간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기간에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는 11조8879억원에 달합니다.

ELS 투자자들 대응방안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요즘 ELS 투자자들이 많이 가입돼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 “손실을 감수하고, 중도 해지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ELS는 수익은 많지 않더라도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을 선호하는 보수적 투자자들이 많이 가입합니다. 거액을 넣어둔 사람들이 많아 주식 직접 투자자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는 듯 합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어떤 상황에 처해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ELS 투자자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중도 해지 없이 만기 때까지 들고 가는 것입니다. ELS를 중도 해지할 경우 가입시점 대비 해지시점의 기초자산 등락률을 기준으로 손익이 결정됩니다. 아직 손실가능구간에 접어들지 않은 투자자들도 이미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지금 해지하나, 만기 때까지 기다리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기다리면서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최소화할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는 조언이 많습니다.

“이미 손실가능구간에 접어든 투자자들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유로스톡스50지수가 최정점에 도달했던 연 초 가입자들입니다. 최종 만기 때까지 3년 가까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만기 때까지 글로벌 증시 회복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충분히 수익을 노려볼만하다는 분석이지요.

스트레스가 극심한 투자자들이라면 과거 사례를 살펴보는 게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S&P500은 2009년 4월 810포인트 대에서 반등을 시작해 1년∼1년6개월 만에 위기 직전 최고점의 80%이상 수준인 1200포인트를 회복했습니다. 이 때 기적적으로 생환해 약정된 수익을 챙긴 투자자들도 있고, 손실을 봤다고 하더라도 최악으로 치달았을 때 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에서 만기를 맞은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참고해볼만한 사례는 2015∼2016년 홍콩 증시 급락 사태입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홍콩 달러 약세 베팅 등으로 홍콩H지수는 2015년 5월 정점이었던 14900포인트대에서 추락하기 시작해 2016년 2월 7400대에 도달했습니다. 이 때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하는 ELS 중 상당수가 손실가능구간에 진입해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최종 만기가 돌아온 2016년 말∼2017년 초 홍콩H지수가 10000포인트대를 회복하면서 총 20% 안팎의 고수익을 올리고 상환됐습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말했던 대로 “증시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ELS에도 이 같은 격언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안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손실 가능성이 ‘제로’인 금융투자상품은 없지요. 그런 만큼 거액을 ‘몰빵’하기보다는 손실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진짜 위험한 것은 위기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프지만 이번 사태를 자신의 재테크 전략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잘못된 점을 수정하는 기회로 삼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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