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1997년 데자뷔?

입력 2020-03-20 17:29   수정 2020-03-21 01:30


‘개인 매수세 역부족, 외국인 매도로 막판 밀려.’

최근 주식시장을 설명하는 듯한 이 문장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1월 12일자 한국경제신문 증권면에 실렸던 기사의 일부다. 20여 년 전 뉴스지만 최근 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매매 동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때 투자한 ‘개미’들은 어떻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이들의 경험에서 지금의 위기에 대응할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8조6277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던진 9조5105억원어치 주식을 대부분 받아냈다.

가장 열심히 담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다. 우선주를 합치면 이달 들어 4조5113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4조7669억원(우선주 포함)어치 팔아치운 것과 대비된다.

고객예탁금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38조3667억원으로 이달 들어 22.92% 증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직전인 1997년 11월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999년부터 관련 자료를 집계해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1997년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외국인이 1981억원어치 순매도하는 가운데 개인은 4756억원어치 순매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1997년 8월 700선을 웃돌던 코스피지수는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동남아시아 외환위기가 본격화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10월 말에는 400선까지 떨어졌다. 이때 개인들이 저가 매수에 들어갔다. 고객예탁금은 10월 말 2조7783억원에서 11월 21일(구제금융 신청 발표 전)에는 3조548억원으로 늘었다.

이들의 투자 결과는 어땠을까. 단기적으론 실패다. 1998년 6월에는 기업 및 금융회사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며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코스피지수는 280대까지 하락했다. 장기 투자 관점에선 다르다. 한 펀드매니저는 “결과적으로 보면 30여 년간의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저점에 매수한 행운을 가진 셈”이라며 “액면분할 전 삼성전자를 3만원(현재가격 600원)에 살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주가지수는 1999년 1000선을 회복하며 네 배 가까이 올랐고 주요 우량주는 이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개인이 성과를 낼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단기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여유자금을 갖고 장기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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