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기업들 정부에 'SOS'…美 산업계, 7650억弗 지원 요청

입력 2020-03-20 15:06   수정 2020-03-2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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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들이 자국 정부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미국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의 지분을 직접 사들인 것과 같은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미 경제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이제까지 미국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산업계는 항공업계(500억달러), 공항업계(100억달러), 호텔업계(1500억달러), 여행업계(1000억달러), 요식업계(4550억달러) 등이다. 이들 업계의 요구 자금만 7650억달러(약 950조원)에 이른다.

유럽의 항공업계, 관광업계 등도 정부에 ‘SOS’를 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최근 수일간 갑작스러운 전 세계 항공 운항 중단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현금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대부분 항공사는 정부 지원 없이는 독자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각국 정부가 회사 지분 매입과 같은 고강도 구제금융 지원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이 한꺼번에 도산할 경우 일자리 시장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2008년 GM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미국 정부로선 좋은 거래였다”며 “이번에도 정부가 직접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주지사들과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전화회의에서 “자동차업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작은 규모라도 그들에게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레첸 위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자동차업계의 최근 업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간주에는 포드 GM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들의 본사가 있다.

앞서 이탈리아는 자국 항공사인 알리탈리아에 대한 국유화를 선언했고, 프랑스 정부는 자금난에 몰린 대기업의 국유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각국이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데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무분별한 지원이 기업들의 방만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연방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영구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금지해야 한다”며 “3년간 배당이나 임원 보너스 역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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