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크게 직격탄을 맞은 곳은 ‘코로나 낙인’이 찍힌 가게들이다. 정부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면서 해당 동선에 이름이 오른 가게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5시께 찾은 서울 관악구의 한 백반집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다. 직원 김모씨(62)는 “확진자 동선이 공개된 뒤 매출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 회복이 안 된다”며 “사장님이 가게를 11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시가 홈페이지에서 ‘코로나 확진자 이동경로’를 통해 공개한 코로나19 확진자 269명의 동선을 분석한 결과 상호나 주소가 공개된 가게(병원·약국 제외)는 총 441곳이었다. 집단감염지로 알려진 동대문구 ‘세븐PC방’과 코로나19 사태 초기 확진자가 들러 상호가 알려진 가게 외에도 확진자가 마스크를 쓰거나 음식을 포장해 접촉자가 없는 가게 중 상당수의 상호와 주소가 공개됐다.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들은 일정 기간 문을 닫고 방역을 한다. 그러나 한번 동선이 공개되면 확진자들이 다녀간 가게 이름과 주소는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에 ‘박제’된다. 동선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맘카페에도 공유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초 확진자가 다녀간 이마트 공덕점 등 코로나19 방역을 마친 시설에 안전하다는 의미의 ‘클린존’ 마크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클린존을 오히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표시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인근에 확진자가 나온 직후 동선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불안했는데 구청에 항의하니 우선 클린존 방역 내역을 보면 동선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고 귀띔해주더라”고 했다.
정부는 전국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확진자가 들른 가게 2만9000곳에 재료비와 복구비 등으로 점포당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확진자 방문 뒤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확진자 방문 가게 중에서는 정부의 지원 소식 자체를 모르는 곳이 많다.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대학가의 한 음식점 직원은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만약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적자를 간신히 메우는 수준일 것 같다”며 “한 달 임차료와 전기세만 해도 300만원 가까이 되는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져 학생들이 대학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영업자들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이주현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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