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피해 보상금 400억 넘었다

입력 2020-03-20 17:18   수정 2020-03-21 02:24

수사기관의 무리한 기소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형사보상금 규모가 4년 만에 다시 400억원을 넘어섰다. 불구속 재판 관행이 자리잡으면서 형사보상 건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보상금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등의 여파로 총 지출 금액은 3년 연속 늘었다.

형사보상금 규모 3년 연속 증가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257건의 형사보상이 이뤄졌다. 지급 총액은 총 401억원이었다. 형사보상법에 따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자는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구속기소 또는 법정 구속을 당했다가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거나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 형을 살았는데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얻어낸 경우 모두 해당한다. 감옥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국가에 변호사 선임료 등 재판비용을 요구할 수있다.

형사보상은 2010년대 초반 급증했지만 최근 들어선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만 해도 275건에 불과하던 형사보상금 지급 건수는 2010년 6568건으로 뛰어오르더니 2012년 3만9519건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보상금 지출 규모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에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 권위주의 시절 발생한 과거사 사건 등에 대한 재심 청구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형사보상 지급 건수는 2015년부터 매년 감소해왔다. 과거사 사건이 어느 정도 해결된 데다 불구속 재판 원칙이 자리잡아 미결구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2015년 3만8061건에서 지난해 2만9646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형사보상금 지급 총액은 3년 연속 늘었다. 법조계에선 무죄가 확정된 해의 최저임금에 연동해 형사보상금을 책정하는 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지난해와 2018년엔 최저임금이 각각 10% 넘게 올랐다.

인권의식이 향상된 영향도 있다. 법원은 경찰·검찰·법원의 고의나 과실 여부, 정신적 고통과 신체 손상 등을 고려해 최저 보상액의 1~5배 범위에서 차등 지급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보상금을 넉넉하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제주지방법원이 제주 4·3사건 생존 수형인 18명에게 53억원의 형사보상금 지급 결정을 내릴 때도 법정 최고 수준인 하루 최저임금액의 다섯 배 기준을 적용했다.

당사자들 피해 보상은 크게 부족

법정 최고 수준으로 형사보상금을 주더라도 당사자들의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보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많다. 실제로는 수천만원 상당의 변호사 비용이 들었는데 국가가 재판 비용을 보상할 때는 국선 변호인 선임료를 기준으로 보상금을 주는 것에 대한 불만도 많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최근 619만원을 보상받았다. 하지만 전관 출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은 것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소송 비용은 수천만원이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 전 총리는 여전히 억울함이 풀리지 않았다며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보상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검찰권이 처음부터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심 사건 무죄율은 2013년 0.52%에서 2018년 0.79%로 매년 소폭 늘어나고 있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여전히 검찰 내에선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것이 ‘일 잘한다’의 척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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