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애 "13개 클럽만 들고 JLPGA 시드 따내…제2 전성기 열 것"

입력 2020-03-22 15:11   수정 2020-03-23 00:21


안신애(30·사진)의 겉모습에선 얼핏 깐깐함이 느껴진다. 큰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 인생을 산 듯 보인다. 선수 생활 내내 큰 인기를 얻어 건방질 것 같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옷 잘 입고 외모가 수려하며 언변도 좋다. 하지만 그는 팬 말고도 주변 사람에게 인기가 많다.

‘포기하는 법’ 배운 일본 큐스쿨

이런 일이 있었다. 2015년 그는 홍보물 촬영차 골프장을 찾았다. 그런데 관계자의 운전 부주의로 카트에서 떨어졌다. 시즌 절반을 날릴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 상금 순위 60위 안에 들지 못하면 시드를 잃는 해였다. 매니지먼트사가 뒤집어졌다. 안신애는 별일 없다는 듯 넘겼다. 그는 같은 해 하반기 국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굴곡도 많다. 2019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그가 ‘시드권자’로 이름을 올린 마지막 해였다. 설 무대가 없어질 처지가 됐다. 그러던 찰나, 지난해 말 ‘3전4기’ 만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25위에 올랐다. 일본투어는 35위까지 상반기 출전권을 준다. 위기에서 또 한 번 일어섰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나도 모르는 승부사 근성이 폭발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안신애는 “혼자 뒤에서 속앓이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5년 전 부상 후 4연속 커트 탈락으로 눈물이 났을 때도, “외모에만 신경 쓴다”는 ‘악플’에 시달릴 때도 그랬다. 특히 지난해 일본투어를 ‘조건부 시드’로 보내자 조바심이 났다. “지난 3년 동안 계속 시드전을 봤는데 조건부 시드만 획득했다”며 “그동안 욕심이 과했는데, 몸은 따라주질 않았다. 한국 시드도 없어져 하나의 길만 파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또 “사람이 선택지가 많으면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다”며 “한 곳을 보고 달려야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배웠다”고 했다.

그는 가끔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게 지난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클럽을 13개만 들고 나간 일본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상위권에 든 게 결정적 자극이 됐다. 비거리가 짧은 그는 유틸리티 클럽을 애용한다. 3번 유틸리티도 그중 하나다. 5번 우드와 4번 유틸리티 클럽 사이 거리인 165m를 칠 때 자주 사용한다. 믿었던 ‘무기’가 되레 그를 괴롭혔다. 그는 “원하는 거리가 잘 안 나왔다. 제대로 쓰지 못할 거면 아예 빼버리자고 생각했고 13개 클럽만 들고 나갔다. 3번 유틸리티로 보낼 거리를 5번 우드로 짧게 쳤다. 그랬더니 성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모든 어려움 다 이겨낼 것이라고 확신”

천신만고 끝에 다시 잡은 기회인 만큼 ‘제2 전성기’로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요즘이다. 그는 이미 일본에서 스타성을 검증받았다. 2017년 일본에 진출하자마자 신용카드 브랜드 비자(VISA)가 선불카드에 그의 사진을 새겨 팔았다. 같은 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선수도 안신애였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대회마다 구름 관중과 취재진이 그를 따라다녔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본투어는 최근 개막전을 비롯해 5개 대회를 모두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이다. 언제 다시 대회가 재개될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두려움은 없다.

“늘 다 이겨냈잖아요. 모두 다요. 몇 달 뒤면 반갑게 다시 필드에서 만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해요. 그때까지 다들 건강하길 빌겠습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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